LG전자가 미국과 중동 지역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연이어 냉각 설루션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전략적 위치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면서,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LG전자가 처음으로 미국 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수주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9월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첨단 프리쿨링 기술이 적용된 칠러를 공급함으로써 까다로운 글로벌 AI 인프라의 요구를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프리쿨링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나 물을 활용해 냉방 효율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전력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공급 대상이 된 미국 시장은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연산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핵심 지역이다. LG전자는 이곳 프로젝트에 수백억 원 규모의 냉각 설루션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지 하드웨어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후방 산업의 핵심 부문에서 기술 기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LG전자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형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에 구축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참여를 확정짓고, 현지에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LG전자는 이곳에 대량의 냉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기후 특성상 고열 환경에 강한 고효율 설루션이 요구되는 만큼 기술적 역량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다.
이처럼 LG전자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 규모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2% 속도로 증가해 171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만 추가적으로 15GW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냉각 설루션 외에도 반도체 설비나 AI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조 CEO는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데이터센터 및 장비 등 인프라 분야는 AI 성능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의 구조가 점점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LG전자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하드웨어 중심 경쟁력을 지닌 대표 기업으로의 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산업의 지속성장을 전제로, 냉난방공조 기술의 수요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