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의 웹 브라우저 크롬에 자체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통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크롬 사용자는 기존보다 훨씬 다양한 작업을 브라우저 안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9월 18일 미국 현지에서 있었으며,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맥과 윈도 기반의 데스크톱 사용자뿐 아니라 모바일 사용자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유료 구독 없이 이용 가능하다. 제미나이는 이미 크롬에 깊게 연동되어 사용자가 사이트를 열지 않고도 구글 캘린더, 유튜브, 지도 같은 구글 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새롭게 통합되는 제미나이 시스템은 단순한 검색 보조 기능을 넘어, 여러 웹사이트를 비교하거나 정보를 요약하고, 이전에 검색한 페이지를 다시 불러오는 등 사용자의 일상적인 브라우징 과정을 효율적으로 돕는다. 예컨대, 회의 일정 조율이나 영상 콘텐츠 검색 등도 한 탭 안에서 끝낼 수 있는 구조로 기존보다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불편함 없이 탭을 닫았다가 나중에 "어제 하던 걸 다시 보여줘"라고 입력하면 애플리케이션이 직전 작업을 다시 불러오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크롬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구글의 릭 오스털로 수석 부사장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웹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도입이 크롬의 속도나 보안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으며, 브라우저 본연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식료품 주문, 미용실 예약, 배송 일정 조정 등 다양한 일상 업무까지 AI가 대행할 수 있도록 '일상 작업 대행' 기능도 추가될 계획이다. 단, 취소가 불가능하거나 고위험 활동일 경우 사용자 확인을 반드시 요구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AI 기반 브라우저 개발 경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픈AI는 자체 AI 브라우저뿐 아니라 쇼핑·일정 처리 기능을 갖춘 '오퍼레이터' 에이전트를 선보였고,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등 다른 기술 기업들도 AI 브라우저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자사의 크롬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이런 트렌드에 적극 대응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의 브라우저 통합이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를 넘어 디지털 업무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검색이 주가 되었던 인터넷 이용 방식에서, 이제는 AI가 직접 행동하고 판단하는 ‘대행형 웹 이용’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