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LG전자, LG 인공지능연구원과 손잡고 차세대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펙스(KAPEX)’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한국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케이펙스는 인간처럼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정밀한 조작과 사람과의 협업 등 복합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한 로봇이다.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서,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히 로봇의 기계적 기능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유사한 판단과 행동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이 로봇에는 사람 손과 비슷한 감각을 구현한 섬세한 촉각 감지 기술, 증강형 인공지능 학습 기능, 그리고 자율적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걸어다니는 보행 기술 등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고출력 전신 액추에이터(기계적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구동 장치)를 포함한 주요 부품들도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돼 탑재됐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의미도 크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가 원천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LG전자는 제품의 양산과 상용화 기반을 지원하며, LG 인공지능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의 비전 언어 기반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각 기관이 갖고 있는 고유한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KIST는 오는 11월부터 케이펙스 개발 성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며, 약 4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실증을 거쳐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기술 확대를 넘어서, 로봇 산업 전반의 국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적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세계 피지컬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협업 모델은 한국이 자체 기술력과 협업 구조를 통해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실증 결과와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케이펙스’는 한국형 AI 로봇의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