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도 현지 자회사의 증시 상장을 본격 추진하면서, 약 1조8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번 상장은 기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구조로, 신주 발행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빠른 절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는 9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법인 지분 중 15%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총 1억181만여 주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증권신고서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제출한 뒤 이르면 10월 중으로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 거래를 개시할 계획이다. 처분일과 최종 매각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공모가 밴드와 판매 시점은 SEBI의 승인 이후 공시된다.
이번 상장은 전량 LG전자가 보유한 기존 주식의 매각으로 이루어지며, 공모 수익 전액이 본사로 유입된다. 보통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만 내놓는 방식은 경영권이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 변화가 없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와 함께 대규모 외부 자금 유입이 가능해, 이자 비용 등의 금융부담 없이 현금 확보에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공모 규모는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약 1천150억 루피, 원화로 환산 시 약 1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LG전자의 2025년 2분기 말 보유 현금성 자산 1조1천억원을 큰 폭으로 넘는 규모다. 인도법인 상장 이후에도 지분의 85%는 LG전자가 계속 보유하게 되며,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장 추진은 LG전자가 인도 시장을 향후 성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인도는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인도시장에 진출한 월풀, 네슬레, 스즈키자동차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자회사 상장을 통해 현지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LG전자의 실탄 확보를 통한 미래 투자 뿐만 아니라, 인도 내 브랜드 가치 제고와 현지 시장 공고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장 절차가 계획대로 무사히 진행된다면, 인도법인의 기업가치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도 있어,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LG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