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글이 디지털 소통 환경에서 그 우수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제기됐다. 특히 발음과 표기의 일치성이 높은 한글의 특성이 AI 기반 언어 시스템과의 호환성 면에서 강점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글이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연세대학교 의대 이비인후과 명예교수이자 음성의학 전문가로, 한글의 음성 구조가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현대 음성학과도 정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는 발음상의 혼동이 많지만, 한글은 하나의 소리에 하나의 글자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구조”라며, 이를 AI 소통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에 있어서도 세종대왕 개인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최 회장은 “글자는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는 점이 해례본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종이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숙주와 성삼문을 여러 차례 중국 요동으로 보낸 기록 역시 그가 문자의 원리를 치밀하게 연구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된 조음 기관과 발성 관련 설명이 현대 의학으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이 점이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을 통해 음성과 관련한 한글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서도 내년에 출간할 예정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 자체의 구조적 과학성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에 대한 학술적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가 점차 훈민정음의 의미를 잊고 있다며, 최 회장은 교육 현장에서 한글의 역사와 세종의 창제 정신을 적극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글이 쉽게 익혀진다 하여 그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되고, 간판이나 행정표기에서의 영어 남용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언어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언어 구조의 명확성, 오류 방지 가능성 등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한글이 새로운 디지털 언어 플랫폼으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관련 학술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한글의 국제적 위상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