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불안과 금리 정책 불확실성 속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혼조세로 마감됐다. 투자자들은 AI 관련주의 실적 전망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저가 매수에 나섰다.

미국 동부시간 11월 1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9.74포인트(0.65%) 하락한 47,147.48에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0.23포인트(0.13%) 상승한 22,900.59를 나타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소폭 하락해 3.38포인트(0.05%) 내린 6,734.11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을 흔든 가장 큰 이슈는 AI 산업에 대한 거품 우려와 그에 따른 감가상각 논쟁이었다. 최근 고도화되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맞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칩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 설비의 실제 사용 연한(내용연수)을 둘러싼 회계 처리 문제가 불거지며 기업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AI 칩의 내구 연한이 예상보다 짧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연간보고서를 통해 자사 컴퓨터 장비의 최소 사용 연한을 2년으로 제시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러한 회계적 불확실성이 AI 산업의 고평가 논란과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마이클 버리(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가 최근 단기 감가상각 위험을 경고한 이후, 관련 분석이 잇따르며 투자압박은 더욱 커졌다. 그 여파로 장 초반 나스닥은 약 1.4% 급락했고, 반도체주의 등락 폭도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중 한때 3.39% 하락했으나 이후 낙폭을 줄이며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12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현재 통화정책을 다소 제약적인 수준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하루 새 49.9%에서 54.2%로 상향 조정됐다.

이날 시장은 장 초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정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올해 들어 반복되고 있는 ‘갭하락 후 반등’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거대 기술주 중에서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테슬라 등이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을 뒷받침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분야가 1% 넘게 상승했고, 반면 소재 업종은 가장 큰 낙폭인 1.18%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공지능 산업의 실질 수익성과 설비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따라 추가적인 평가 조정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기술주를 둘러싼 변동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