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주목받는 클라우드 업계 최대 행사인 AWS 리인벤트(Re:Invent)가 올해도 막을 올리며, 아마존(Amazon)의 인공지능 전략이 산업 전반에 다시 한 번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매트 가먼(Matt Garman) AWS 최고경영자는 지금이 '에이전트의 시대'라고 선언하며, 차세대 클라우드 아키텍처와 새로운 AI 칩, 모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AI 반격에 나섰다.
올해 행사에서는 AI와 에이전트 기술이 전면에 부각됐다. AWS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AI 모델과 지능형 개발 환경 강화를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제품 발표도 이어졌다. 주요 사례로는 차세대 AI 칩인 트레이니엄3(Trainium3), 고효율 CPU인 그래비톤5(Graviton5), 프라이빗 AI를 위한 온프레미스 솔루션 'AI 팩토리' 등이 있다. 또 기업별로 특화된 AI 모델 훈련을 지원하는 '노바 포지(Nova Forge)' 플랫폼도 공개되며, AI 운영 생태계에서 AWS의 위상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AWS는 자체 설계 칩에서부터 네트워크, 스토리지까지 AI 성능 최적화를 위한 전 스택 제어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AWS 컴퓨트 및 AI 인프라 총괄 라훌 쿨카르니(Rahul Kulkarni)는 이에 대해 “칩부터 랙까지 모든 계층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만큼,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듈형 AI 모델인 '노바(Nova)' 시리즈도 몇 가지 새 버전을 선보였고, 지식 추론과 수학 기반 검증기법을 적용해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였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완성도 면에서 구글(GOOGL),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AWS는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와 통합 인프라 역량을 기반으로, 특히 자동화된 에이전트 환경 구축에 있어 챗봇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플레이어로 부상 중이다. AWS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이제 AI가 '기술 시범' 단계를 넘어 '현실의 성과 도구'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경쟁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주 전 구글의 AI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오픈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코드 레드’를 선언했다는 보도가 이를 방증한다. AI 에이전트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빅테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행사에 등장한 제품과 발표들 중 시장 반응이 주목되는 서비스는 ‘노바 액트(Nova Act)’와 브라우저 기반 에이전트, 신형 보안 툴과 에이전트 기반 지속적 학습 시스템 등이다. 이 외에도 AWS는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보안 보강 기능, 서비스형 인공지능(SaaS 형태 AI), 자율 애플리케이션 개발 도구 등 실용성과 연동된 요소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기업 고객의 AI 전환을 전방위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 모든 변화는 아직 ‘Day One’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사들의 도입 속도가 산업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으며, 에이전트 기반 노동 방식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AWS의 피터 데산티스(Peter DeSantis)는 이를 두고 “AI의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합하자면 이번 리인벤트는 AWS가 AI에 전면적으로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적 무대였다. 시장 1위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향후 AI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 남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총력전을 알리는 분기점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아래 복잡해지는 반독점 심사 등 정치 변수 속에서도 AWS의 AI 드라이브는 속도와 방향 모두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