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칩 확보전에서 광통신 부품과 전력 설비 조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알파벳($GOOGL), 메타($META) 등 빅테크의 대규모 자본지출이 이어지면서 중국산 광트랜시버와 전력장비 의존도가 새 병목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Bloomberg)는 2026년 2월 미국 빅테크 4곳의 올해 자본지출 전망이 약 6500억 달러(약 877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4월에는 AI 투자 확대 흐름 속에 지출 규모가 7000억 달러를 넘어 7250억 달러(약 978조7500억원) 수준까지 거론됐다.
이 자금은 데이터센터 건설, 서버, 네트워크 장비, 전력 설비에 투입되는 비용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엔비디아($NVDA) GPU 확보에 그치지 않고 전력망과 연결 장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대형 AI 클러스터는 수만 개의 GPU와 서버를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 랙과 랙,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트랜시버가 부족하면 연산 장비를 확보해도 전체 클러스터 가동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8월 4일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데이터센터 광트랜시버 단위 출하의 약 3분의 2를 공급한다고 분석했다. 중지이노라이트(Zhongji Innolight)는 매출 기준 약 27%, 코히어런트(Coherent)는 약 17%, 루멘텀(Lumentum)은 약 6% 점유율로 제시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새 중국산 광트랜시버 모델의 미국 수입을 막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로이터(Reuters)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FCC가 AI 데이터센터 공급망 보안을 이유로 이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규제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수정되거나 보류될 수 있다.
FCC가 검토하는 조치는 이미 설치된 장비를 철거하는 방식보다 신규 중국산 모델의 수입을 제한하는 쪽에 가깝다. 당장 운영 중인 설비보다 다음 세대 증설 물량에서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급망 재편은 단순한 수입선 변경으로 끝나기 어렵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국·유럽 공급사가 중국 업체 물량을 12~24개월 안에 흡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광트랜시버 일부가 부족해도 데이터센터 전체 설치와 검증 일정이 밀릴 수 있다.
전력 설비도 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7월 9일 공개한 2026년 국가 송전 수요 연구 초안에서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대형 산업 부하 증가로 추가 송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텍사스 전력망 접속 대기 물량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이 컸다고 전했다.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8월 31일 분석에서 2026년 미국 전력 변압기 시장이 15%, 변전소 시장이 8% 부족 상태라고 밝혔다. 중국산 대형 전력장비 제한은 2025년 이후 220억 달러(약 29조7000억원) 이상 수입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변압기와 변전소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는 설비다. 통상 데이터센터 개발사는 전력 인입, 송전망 보강, 냉각 설비, 백업 전원까지 맞춰야 하므로 서버 구매만으로 증설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 검토에 반발했다. 린젠(Lin 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보호주의는 미국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확대해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로이터는 규제 보도 뒤 중국 AI 하드웨어주가 약세를 보였고, CSI300 통신서비스 지수가 장 초반 6% 하락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코히어런트, 루멘텀, 어플라이드옵토일렉트로닉스(Applied Optoelectronics) 등 미국 광학부품 업체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규제 기대가 일부 종목에 반영됐다는 의미이지 향후 주가 방향을 뜻하지 않는다. 공급망 제한은 미국 업체의 수주 기회로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조달 비용과 납기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국내 시장과도 연결점이 있다. AI 서버 증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패키징, 광통신 부품, 전력 설비 수요와 함께 움직여 왔다. 본지도 앞서 AI 인프라 투자 논의가 이미 알려진 병목 사이의 순환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 경쟁은 이제 반도체 수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광트랜시버, 변압기, 변전소, 송전망이 함께 따라와야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가동된다. FCC의 규제안은 아직 최종 단계가 아니며, 공개 범위와 시행 시점은 이후 절차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