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Broadcom·$AVGO)의 2026회계연도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이 167억 달러(약 2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경쟁을 넘어 맞춤형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로 넓어지는 흐름이 실적에 반영됐다.
브로드컴은 8월 2일 종료된 분기 매출이 295억9100만 달러(약 39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전 분기 대비 54% 늘었다. 혹 탄(Hock Tan)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는 “맞춤형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수요가 계속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약 348억 달러(약 47조원)로 제시했다. 같은 분기 AI 반도체 매출은 217억 달러(약 29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할 것으로 봤다. 브로드컴 실적에서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수치는 앞선 전망을 웃돈 것이다. 브로드컴은 직전 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을 160억 달러(약 21조6000억원)로 예상했다. 본지도 앞서 브로드컴의 2분기 AI 반도체 매출 143% 증가와 3분기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 160억 달러 제시를 다뤘다.
핵심은 주문형 반도체(ASIC)다. ASIC은 특정 용도에 맞춰 설계한 반도체로, 모든 작업을 범용으로 처리하는 GPU와 다르다. 대규모로 반복되는 AI 추론 작업에서 전력 효율과 단위 처리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AI 서비스가 학습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 운영 단계로 옮겨갈수록 추론 비용은 기업의 원가 구조와 직접 연결된다. 모델 학습은 대규모 장비를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쓰는 성격이 강하지만, 추론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호출할 때마다 계속 발생한다. 호출량이 커질수록 같은 전력과 같은 데이터센터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연산을 처리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오픈AI(OpenAI)는 올해 6월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한 첫 인텔리전스 프로세서 ‘할라페뇨(Jalapeño)’를 공개했다. 오픈AI는 이 칩이 대형언어모델(LLM) 추론에 맞춰 설계됐으며, 2026년 말 초기 배치를 목표로 한 다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첫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매출은 맞춤형 가속기만 뜻하지 않는다. 회사가 밝힌 매출에는 AI 네트워킹 제품도 포함된다. 대형 AI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칩 사이 연결, 서버 내부 통신, 데이터센터 간 연결이 병목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이 시장을 맞춤형 XPU와 AI 네트워킹이라는 두 축으로 보고 있다. 네트워킹 제품에는 이더넷 스위치 칩, 서버 간 고속 연결, 광연결 관련 제품이 포함된다. AI 클러스터가 수천 개 칩에서 수만 개 이상으로 커질수록 연산칩 자체만큼 연결 구조의 효율도 중요해진다.
오데일리는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매출에서 네트워킹 사업 비중이 직전 분기 약 40%에 가까웠고, 혹 탄 CEO가 장기적으로는 약 3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네트워크 비중이 낮아지더라도 전체 AI 반도체 매출이 커지면 관련 매출의 절대 규모는 유지되거나 늘어날 수 있다.
대형 고객사의 전략도 한 방향만은 아니다. 구글(Google)은 브로드컴과 장기 협력으로 차세대 TPU와 AI 랙 관련 부품을 개발해 왔지만, 마벨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MRVL)와의 맞춤형 칩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형 고객이 특정 공급사 한 곳에만 의존하기보다 복수 공급망을 유지하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메타(Meta)도 맞춤형 AI 칩과 네트워크 수요를 키우는 축으로 거론된다. 브로드컴은 앞서 메타와 다년간·다세대 전략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초기 약정 규모가 1기가와트(GW)를 넘는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메타와의 계약도 맞춤형 반도체 수요를 키우는 축이라고 전했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변화는 낯설지 않다. 본지는 앞서 고가 GPU 확보 경쟁을 넘어 기존 자원의 유휴율과 전력 낭비를 줄이는 운영 효율이 AI 인프라 시장의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브로드컴 실적은 같은 흐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숫자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맞춤형 반도체 확대가 GPU 수요의 단순한 대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브로드컴 실적 자료와 관련 발표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AI 고객이 워크로드 성격에 따라 GPU, 맞춤형 가속기, 네트워크 장비를 조합하는 방향이다. 특정 기업이나 자산 가격에 미칠 영향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브로드컴은 2027회계연도 AI 칩 매출을 약 1150억 달러(약 155조3000억원), 2028회계연도에는 2300억 달러(약 310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구글, 메타, 오픈AI 등 대형 고객의 기가와트급 배치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