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아이작(Fair Isaac Corporation·FICO)이 4일 미국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16.68% 내린 932.26달러(약 126만원)에 마감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심사에서 피코(FICO) 점수의 독점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눌렀다.
하락의 직접 배경은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신용점수 모델 개편이다. 빌 풀트(Bill Pulte) 미 연방주택금융청 국장은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모든 주택대출 취급기관이 밴티지스코어(VantageScore) 4.0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라고 지시했다.
밴티지스코어는 4일 보도자료에서 해당 조치가 즉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기존 일부 대출기관 중심의 제한적 도입을 모든 대출기관 승인 체계로 넓히는 조치다.
풀트 국장은 X에서 “피코는 독점을 누려왔다. 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에퀴팩스(Equifax), 익스피리언(Experian), 트랜스유니언(TransUnion)이 미국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과해 왔다고도 주장했다.
풀트 국장은 세 신용정보사를 모두 활용하는 ‘트라이 머지(tri-merge)’ 방식 대신 두 곳만 쓰는 ‘바이 머지(bi-merge)’ 방식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 머지는 현 단계에서 확정 시행 사안이 아니라 검토 사안이다.
미 연방주택금융청 정책 페이지는 4월 22일 기준 승인 대출기관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매각하는 대출에서 클래식 피코 또는 밴티지스코어 4.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용보고 요건은 당장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명시돼 있다.
밴티지스코어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유동화 주택대출에서 5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체의 9% 이상에 단독 신용점수로 쓰였다고 밝혔다. 초기 도입에는 50개 대출기관이 참여했다.
피코는 미국 대출 심사에서 오랫동안 표준처럼 쓰인 신용점수 체계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어떤 신용점수 모델을 허용하느냐가 대출기관의 실무와 비용 구조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밴티지스코어 4.0이 모든 대출기관으로 확대되면 대출기관은 기존 피코 모델 외 다른 점수 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피코에 가격과 점유율 압박으로 읽힐 수 있지만, 실제 비용 절감 폭과 대출 심사 관행 변화는 제도 적용 과정에서 더 확인돼야 한다.
시장 반응은 신용점수 시장의 가격 구조와 연결됐다. 로이터는 풀트 국장의 발언과 밴티지스코어 확대 지시가 페어아이작뿐 아니라 에퀴팩스, 트랜스유니언 등 신용평가 관련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애시시 사바드라(Ashish Sabadra)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바이 머지가 주택담보대출 시장 전반에 도입될 경우 모기지 조회의 최대 3분의 1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 변화가 모기지 신용보고 시장의 경쟁을 키우고 가격 압력을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RBC캐피털마켓은 2025년 기준 에퀴팩스 매출의 약 21%가 모기지에서 나왔고, 트랜스유니언은 전체 매출의 약 13%, 익스피리언은 약 4%가 모기지 노출이라고 제시했다. 바이 머지 논의가 피코뿐 아니라 신용정보사 전반의 수익 구조와 연결되는 이유다.
이번 하락은 본지가 앞서 전한 밴티지스코어 확대 충격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정규장 마감 기준 페어아이작 거래대금은 약 13억3327만달러(약 1조7987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사안은 미국 주택금융 규제와 데이터 기반 금융 인프라 기업의 밸류에이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페어아이작은 암호화폐 기업은 아니지만, 미국 증시의 고밸류 데이터·핀테크 관련주가 정책 변화에 빠르게 재평가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향후 관건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밴티지스코어 4.0 수용이 실제 대출기관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다. 현재 확인된 변화는 모든 주택대출 취급기관에 대한 밴티지스코어 4.0 사용 승인 확대이며, 크레딧 리포팅 요건 변경은 별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