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와 임대료 현금흐름이 월가의 610억달러(약 82조3000억원) 규모 채권 시장으로 커졌다. 전력 확보 능력이 데이터센터 입지와 금융 구조를 함께 가르는 심사 항목으로 부상했다.
구조화금융협회(SFA)는 7월 23일 연구 노트에서 데이터센터 ABS·CMBS 잔액이 2020년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서 2026년 7월 기준 610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ABS는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고, CMBS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증권이다.
핵심은 전기다. AI 질의는 서버 연산, 냉각, 네트워크 전송을 거치며 전력을 쓴다. 이 과정이 수백만 건으로 늘면 전기요금은 데이터센터의 주요 비용이 되고, 충분한 전력을 확보했는지는 시설 가동과 임대료 수취 가능성을 좌우한다.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는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 649TWh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체 미국 전력 사용의 11.8% 수준이다. 보고서는 시나리오 범위를 521TWh에서 843TWh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금융이 커지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있다. SFA는 같은 노트에서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연구를 인용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에 2028년까지 2조9000억달러(약 3912조원)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 가운데 1조4000억달러(약 1889조원)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현금흐름으로 조달되고, 1조5000억달러(약 2024조원)는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SFA는 ABS와 CMBS가 맡을 수 있는 규모를 약 1500억달러(약 202조원)로 봤다. 개발 초기에는 건설자금대출, 프로젝트파이낸스, 회사채, 사모대출이 들어가고, 시설 완공 뒤 장기 임대 현금흐름이 안정되면 ABS나 CMBS로 재조달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투자자는 이때 전력 확보 가능성, 임차인 신용도, 임대 계약 기간, 담보 자산의 품질을 본다.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보다 전력 접근권과 장기 임대료, 임차인의 지급 능력이 채권의 신용도를 떠받치는 구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7월 29일 래섬 앤 워킨스(Latham & Watkins)의 질의에 대해, 제시된 조건의 데이터센터 증권이 증권거래법상 ‘asset-backed securities’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SEC는 이 답변이 스태프 견해이며 규칙이나 위원회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붙였다.
실제 발행 사례도 나왔다. 얼라인드 데이터센터(Aligned Data Centers)는 7월 28일 11억8300만달러(약 1조596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초기 목표치 9억500만달러(약 1조2208억원)보다 약 30% 커진 규모다.
회사는 기관투자자 수요가 발행 확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만, 전력과 임차인 계약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실사 강도도 함께 높아지는 흐름이다.
반대편에서는 전력 수요의 실재성을 따진다. 로이터는 9월 1일 미국 중부·중서부·남부 일부 지역에서 대형 전력 사용자, 대부분 데이터센터의 전력 요청이 700GW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추정치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소비자단체와 규제 당국은 상당수 요청이 중복됐거나 자금·개발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의 신청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망 접근권만으로는 데이터센터 현금흐름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인허가, 자금 조달, 임차인 계약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텍사스는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 가운데 처음으로 신규 계통 접속을 동결하고 사업 계획 검증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텍사스 전력망 접속 요청이 2023년 약 48GW에서 474GW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흐름은 AI 데이터센터가 단순 부동산을 넘어 전력·임대·신용이 결합된 금융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이 전력 공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 전력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전력망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월가가 묶어 파는 것은 데이터센터 건물만이 아니라 전력 접근권, 장기 임대료, 임차인 신용이다. 다만 전력 요청이 실제 수요인지, 사업자가 시설을 완공할 수 있는지는 거래마다 따져야 할 항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