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자율 에이전트가 이더리움(Ethereum) 상에서 새로운 전자상거래 시대를 열어갈 전환점에 올라섰다. 핵심은 30년 전 처음 정의됐지만 잊혀졌던 HTTP 웹 표준 코드 ‘402 Payment Required’를 블록체인 환경에서 다시 활용하는 데 있다.
이더리움재단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HTTP 402 상태 코드와 ‘EIP-3009(Ethereum Improvement Proposal 3009)’가 결합될 경우,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코인베이스 개발팀의 케빈 르퓨(Kevin Leffew), 링컨 머(Lincoln Murr)가 공동 작성한 게스트 스레드를 통해 공개됐다. 이들은 “자율 에이전트가 이더리움의 최대 사용자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TTP 402 코드는 원래 온라인 결제를 요구하는 HTTP 응답 상태로 정의됐지만, 실제 인터넷 환경에선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코인베이스는 이 코드를 기반으로 한 ‘x402 결제 프로토콜’을 깃허브에 구현하며 현실 적용의 문을 열고 있다. 해당 프로토콜을 통해 자율 에이전트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요청하고 스테이블코인 전송을 자동화할 수 있게 된다.
기술적으로는 EIP-3009가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제안은 상대방이 미리 권한 부여된 토큰을 특정 조건하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인간의 명령 없이도 AI가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이 시스템은 스마트 계약 인터랙션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탈중앙화 서비스(DApp)와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자동 결제 구조가 앞으로 머신-투-머신 거래 환경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IoT 기기 등 디지털 에이전트들이 자체적으로 디지털 결제를 수행하면,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 플랫폼이 출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은 단순한 스마트 계약 플랫폼을 넘어, AI 기술과 결합된 차세대 상호작용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