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 ICE)가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 스타트업 폴리마켓(Polymarket)에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플랫폼 데이터를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향후 토큰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을 포함해 전략적 제휴 형태로 더 깊이 진행될 예정이다.
ICE는 뉴욕증시 뿐 아니라 선물 등 금융상품을 다루는 전문 거래소와 청산소, 자동화된 결제 시스템 등을 운영하며 지난 분기에만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금융시장 핵심 인프라 기업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로 ICE는 폴리마켓의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지표를 향후 수천 개 금융기관들에 제공할 계획이다.
폴리마켓은 정치 선거부터 스포츠 결과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베팅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C를 활용해 거래한다. 개발자들이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해당 예측 기능을 접목시키도록 하는 API도 제공 중이다.
다만 폴리마켓은 과거 미국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2022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회사가 무허가 파생상품 거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폴리마켓은 미국 내 서비스 중단에 합의했다. 프랑스,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 역시 도박 관련 규제를 위반했다며 서비스 차단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CFTC와 미 법무부가 각각 진행했던 조사가 지난 7월 종료되면서, 폴리마켓은 빠르게 미국 시장 재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첫 걸음으로 CFTC 승인을 획득한 거래소 운영사 QCEX를 1억 1,200만 달러(약 1,610억 원)에 인수하며 합법화된 미국 사업 플랫폼을 확보했다. 이후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 CEO는 "미국 서비스가 공식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ICE의 투자 타이밍은 폴리마켓의 미국 재진입과 맞물리며 상당한 상업적 기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FTC 승인 여파로 국제 규제기관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ICE는 이번 제휴를 통해 향후 폴리마켓과 함께 금융자산 토큰화 분야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나스닥(Nasdaq) 역시 주식의 토큰화 상장을 허가해달라고 규제기관에 요청한 바 있어, ICE의 행보는 이를 견제하거나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도 비춰진다. 예측 시장 플랫폼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가진 폴리마켓과의 협업은 기존 금융과 디지털 자산 세계를 잇는 새로운 실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