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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로는 불안하다… '지급 능력·유동성' 빠진 거래소 신뢰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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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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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지갑 잔고 인증(PoR)은 투자자 신뢰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채·유동성 정보 없이 자산만 검증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신뢰 형성이 어렵다는 평가다.

 PoR로는 불안하다… '지급 능력·유동성' 빠진 거래소 신뢰 공백 / TokenPost.ai

PoR로는 불안하다… '지급 능력·유동성' 빠진 거래소 신뢰 공백 / TokenPost.ai

‘지갑 잔고 인증’만으로는 부족하다…거래소 신뢰는 어떻게 확보할까

암호화폐 거래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지갑 잔고 인증(Proof-of-Reserves, PoR)’이 각광받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투자자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운용 리스크와 준비금 유동성, 전체 부채 규모가 빠진 PoR은 금융 건전성을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PoR은 거래소가 이용자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주로 암호학적 기법과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시점의 자산 존재 여부를 증명한다. 이론적으로 모든 거래소가 PoR 보고서를 발행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자금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위기 국면에서 출금 지연 또는 중단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PoR이 신뢰를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자산이 존재한다는 것만 확인할 뿐, 거래소가 실제로 지급 능력이 있는지(지급준비율), 자산이 유동화 가능한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잘 작동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PoR의 핵심은 ‘보유 자산’…하지만 ‘부채’ 증명은 미비

PoR은 기본적으로 자산과 부채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자산 부문은 거래소 지갑 정보를 공개하거나 메시지 서명 등을 통해 검증한다. 한편, 부채 부문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사용자 잔고 정보를 스냅샷한 뒤 머클 트리(Merkle Tree)에 담아 개별 사용자가 자신의 잔고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바이낸스 등 일부 거래소는 사용자가 직접 이 과정을 검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절차는 모든 ‘부채’를 다 반영하지 못한다. 파생상품 및 대출, 법적 지급 의무, 오프체인 부채 등 잠재 리스크는 아예 무시되거나 통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PoR은 ‘있는 만큼 보여주는’ 보고서일 뿐, 거래소가 채무를 다 이행할 수 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PoR 통과해도 위험은 상존…한계 주의해야

PoR 결과가 양호하더라도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시험적 검증 결과가 거래소의 전반적 운영 리스크와 통제 체계를 보여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시점에 자산이 존재했다고 해서, 3일 전·후 자산 흐름은 알 수 없다. 일각에선 “일시적으로 외부 자산을 끌어다 PoR을 통과한 후 다시 인출하는 형태도 가능하다”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또한 부채에 잡히지 않은 검증 불가능한 약정이나, 담보 대출, 제삼자에 맡긴 자산처럼 실제 유동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PoR 결과가 ‘자산을 들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이 자산이 ‘바로 현금화 가능한 자본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유동성이 낮은 알트코인 위주로 준비금이 구성됐을 경우, 시장 급락 시 이를 빠르게 환전해 출금 요구에 응하는 건 어렵다.

PoR은 감사가 아니다…이용자의 ‘오해’도 문제

PoR의 또 다른 문제는 사용자들의 과도한 기대다. 많은 이용자들이 PoR을 ‘안전 인증’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항목만 점검한 ‘동의된 절차 보고서(Agreed-Upon Procedures)’에 불과하다. 회계 감사처럼 재무 전반을 검토하고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는 수준의 보고서가 아니다.

국제 회계 기준(ISRS 4400)에 따르면 AUP 형태의 PoR은 기업 재무 상태에 대한 확신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조회한 사실만을 기술할 뿐 해석은 사용자 몫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 회계감독청(PCAOB) 등 규제 기관도 “PoR 보고서가 부채 상환 능력을 보장하지 않으며, 작성 기준도 거래소마다 달라 신뢰도가 낮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22년 대형 거래소들의 잇따른 위기 이후 마자르(Mazars) 등 회계법인들이 PoR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것도 이 같은 사용자 오해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짜 신뢰 요소는 ‘상시 디스클로저+내부통제’

PoR은 출발점일 뿐, 실질적인 신뢰 형성을 위해선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지급 능력’이다. 머클 트리 기반의 부채 증명과 이를 보완하는 영지식증명(ZKP) 기술 등으로 모든 부채를 추정 없이 공개하고, 자산 규모가 이를 상회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실질 운영 방식을 담은 통제 보고 체계가 따라야 한다. 키 보관 방식, 접근 권한, 변경 절차, 사고 대응, 역할 분리 여부 등 지속적 내부통제를 SOC(System and Organization Controls) 또는 이에 준하는 프레임워크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자산 유동성과 사용 제한 여부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특히 대출 담보나 제삼자 운용 등 ‘형식상 보유’는 실제 인출 시점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자금이 얼마나 ‘당장 현금화 가능한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준법 구조 구축이 핵심이다. 수탁 구조와 이해충돌 방지, 수익 상품 등 고위험 서비스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이 필요하다. 이 같은 통제 장치를 동반해야 PoR이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 신뢰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PoR 뱃지에 속지 말자…신뢰는 구조적 검증의 결과

결론적으로 PoR은 완벽하지 않다. 거래소 신뢰도를 높이는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재무 건전성과 이용자 자산 보호를 보장하진 않는다. PoR을 마치 종합 감사 인증처럼 받아들이는 건 오해다. 보고 항목은? 부채가 포함됐는지? 일회성 스냅샷인지 정기 보고인지? 자산 유동성은 있는지? 실제 감사 절차가 동반됐는지? 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PoR은 결국 하나의 퍼즐 조각일 뿐이다. 실질적인 신뢰는 투명한 공개, 재무 구조 점검, 내부통제, 실사 보고, 유동성 관리, 그리고 명확한 법적 책임 체계를 결합해야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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