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공동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이 홍콩에서 ‘보안’과 ‘검증 가능성’을 앞세운 이더리움의 설계 철학을 다시 강조했다. 직전 발생한 2억9200만달러 규모의 디파이 해킹이 시장을 뒤흔든 직후 나온 발언이라,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의 느린 확장 전략이 오히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탈릭은 2026 홍콩 웹3 카니발 개막 행사에서 이더리움을 단순한 결제망이 아닌 ‘월드 컴퓨터’로 규정했다. 그는 초당 거래 처리량 경쟁보다 사용자 스스로 보안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점, 시장에서는 최근 발생한 2억9200만달러 규모의 브리지 해킹 여파로 에이브(AAVE)에서 약 66억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탈릭이 제시한 로드맵
비탈릭이 제시한 로드맵은 크게 세 단계다. 단기적으로는 가스 한도 상향, zkEVM 도입, 양자 시대 대비 작업이 포함된다. 중기 목표는 거래 '최종성'을 현재 약 16분에서 10~20초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양자 내성, 프로토콜 전반의 형식 검증,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탈중앙화를 추구한다.
그가 강조한 zkVM은 대형 컴퓨터 없이도 체인을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비탈릭은 휴대폰과 사물인터넷 기기까지 체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빠른 속도를 내세우는 솔라나(SOL) 등 다른 블록체인과 비교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핵심은 속도보다 '신뢰성'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해킹 사태와 맞물린 의미
이번 메시지는 최근 해킹 사태와 맞물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공격자는 레이어제로 기반 브리지의 단일 검증자 설정을 악용해 rsETH 11만6500개를 무담보로 발행한 뒤 에이브에 담보로 넣고 실제 이더를 빼갔다. 디파이의 조합 가능성과 브리지 구조가 가진 복잡성이 취약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비탈릭은 해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발언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는 전달됐다. 더 빠르지만 덜 분산된 구조보다, 느리더라도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장기적으로 더 강한 신뢰를 만든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디파이 사고 속에서 이더리움의 '보안 우선'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