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레저(XRPL)에서 거의 쓰이지 않던 ‘AccountSet’ 거래가 2026년 들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네트워크 전반의 사용량 급증을 이끌고 있다. 단순 송금이 아니라 계정 설정과 인프라 준비에 쓰이는 기능인 만큼, 이번 증가는 ‘실사용 확대’보다 더 깊은 구조 변화를 시사한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XRPL의 AccountSet 거래는 12만건을 넘어섰고, 하루 거래량은 거의 300만건까지 늘었다. 2025년 중반만 해도 일평균 100만건 안팎이던 수치가 불과 몇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에버노스(Evernorth)가 공개한 데이터에서는 2025년 5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거래가 80만~95만건 사이에 머물렀지만, 이후 70만건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2026년 들어 다시 100만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AccountSet 거래는 일반 이용자의 단순 전송으로 발생하는 성격이 아니다. 계정 권한 설정, 운영 플래그 조정, 도메인 연결 등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이 수치의 급증은 XRP 레저 위에서 ‘백엔드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시 말해, 코인이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서비스와 인프라가 깔리고 있다는 신호다.
주소 수 확대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비어 있지 않은 지갑은 770만개를 넘어 13년 역사상 처음 보는 수준에 도달했다. 거래량, 지갑 수, 특정 기능 사용량이 동시에 늘고 있어 XRP 레저 생태계가 단순한 관망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토큰 가격은 이런 온체인 지표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XRP는 2025년 기록했던 3.65달러 고점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이 괴리가 언제 좁혀질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츠(Grayscale Investments)의 자크 판들(Zach Pandl)은 규제 명확성, 특히 ‘CLARITY Act’ 통과가 XRP 재평가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이번 XRPL 데이터는 단순한 거래 증가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계정 설정 거래의 급증은 네트워크가 실제 운영 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규제 환경과 기관 참여가 맞물릴 경우 XRP의 시장 평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