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Project Agorá’ 보고서를 공개하며, 토큰화된 중앙은행 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을 활용한 국경 간 도매결제 실험 성과를 내놨다. BIS는 자금이 잠기기만 하면 수초 안에 결제가 끝나고, 신용·결제 리스크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현지시간) BIS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7개 중앙은행과 40곳이 넘는 규제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공동 실험이다. 프랑스은행이 유로시스템을 대표했고, 일본은행, 한국은행, 멕시코은행, 스위스국립은행, 뉴욕연방준비은행 산하 뉴욕혁신센터, 영란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BIS와 국제금융협회(IIF)가 공동으로 주도한 이 사업은 느리고 비용이 큰 국제송금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로 개선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Project Agorá는 관할권별 원장에 토큰화된 중앙은행 준비금을 두고, 이를 하나의 통합 원장과 연결하는 ‘2계층 블록체인’ 구조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양쪽 잔액이 동시에 갱신되거나 아예 갱신되지 않는 ‘원자적 결제’가 가능하다. BIS는 이 방식이 기존 ‘2단계 은행 시스템’을 보존하면서도 ‘화폐의 단일성’을 지킬 수 있어, 스테이블코인 대안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제재, 사기 탐지 절차를 순차가 아닌 병렬로 돌릴 수 있어, 오늘날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빈번한 오탐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경 간 결제 규모는 2024년 195조달러에서 2032년 320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FXC 인텔리전스는 전망했다. 거래 규모가 급증하는 만큼 결제 인프라 개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실험은 실제 거래를 포함한 ‘실가치 테스트’ 단계로 넘어간다. 다만 BIS는 시행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과제로는 유동성 절감 장치, 사이버보안, 결제 확정성, 데이터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이 지목됐다. 전 세계 시간대 차이로 생기는 지연 문제도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란은행도 최근 RTGS와 CHAPS의 운영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사실상 ‘거의 24시간 결제’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사라 브리든 영란은행 부총재 역시 공유 원장과 토큰화가 중개기관을 줄이고, 더 빠르고 저렴한 지급결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IS의 이번 실험은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 함께 움직일 때 국제결제의 판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