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산업은 GPU 확보와 거대언어모델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정치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메인 전문성과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4일 토큰포스트가 공동 주관한 국내 대표 AI 컨퍼런스 '메타콘 2026'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AI Makers Rise: 만드는 사람이 강해지는 세상이 온다'를 주제로 나서정 서울메타위크 기획총괄과 파이어사이드 챗을 진행했다.
이날 이 대표는 AI를 활용한 의원실 운영 방식과 정치 분야에서의 개발 사례, AI 시대의 생산성과 고용 변화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수행비서 대신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
이준석 대표는 "국회의원 400명 중 수행비서를 두지 않는 거의 유일한 의원일 것"이라며 "대신 개발자 두 명을 풀타임으로 채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가 업무 전반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과거처럼 SI 업체나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기보다 기업들도 소규모 인하우스 개발 조직을 꾸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락처 관리 프로그램과 메모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던 일을 언급하며 현재 자신의 의원실에서도 동탄 지역 유권자를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등 정치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I 기반 ARS 여론조사 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수백만 원이 들던 비용을 40만~50만 원 정도로 줄인 실제 활용 사례도 소개했다.
AI FOMO보다 생산성 고민이 먼저
AI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해 이 대표는 AI를 둘러싼 FOMO보다 실제 생산성을 높이는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서도 위키피디아와 구글 검색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검색을 더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됐던 사례를 소개하며 "챗봇 형태의 AI는 결국 구글 검색엔진처럼 우리한테 잘 스며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조금 편한 검색엔진이 아니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고민을 개개인 단위로 해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을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정말 열려 있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의 고용 변화와 관련해서는 개발 생산성 향상이 서비스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개개인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수천만 원이 들던 ERP 시스템도 이제는 2~3일이면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서비스를 만드는 쪽은 거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판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SaaS 시장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딩이 이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 같은 언어의 하나가 되고 더 이상 기술의 장벽이 아니게 된 만큼 기존 도메인 전문가들이 점차 엔지니어 역할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큰 기회가 되고, 고용 환경도 더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정책과 GPU 투자 방향
정부의 AI 정책과 AI 기본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대표는 AI 산업 육성 방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이 GPU 확보에 집중되는 흐름을 지적하며 GPU를 산업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기업이 개발보다 GPU를 활용한 다른 수익 활동을 선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에 의문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기반인데 왜 다시 바퀴를 만드는 데 국가 돈을 투입해야 하는지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직접 사용해본 국내 AI 모델의 한계를 언급하며 "정치가 처음부터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기존 모델을 활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방식)'를 너무 강요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수천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이야기하고, 중국 GLM도 200조원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표 AI 기업들이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중국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투자 논리가 성립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AI 모델이 모두 들어와 경쟁하는 개방 시장인 만큼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피지컬 AI 투자에 대해서도 "한국은 산업용 로봇 활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보다 목적형 로봇이 더 많이 쓰인다"며 "지금 우리의 최우선 투자 과제인지는 고민하게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개발자 수가 매우 많은 나라"라며 거대언어모델 자체보다 개발자 생태계와 애플리케이션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자체 모델로 확장하는 전략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커서(Cursor)처럼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장을 확보한 뒤 자체 모델을 만드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뒤 해당 분야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메타콘 2026은 토큰포스트가 공동 주관하는 AI 컨퍼런스로, 7월 3~4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AI Makers Rise"를 주제로 AI 시대를 이끄는 기업과 빌더들의 전략과 실행 경험을 공유하며, AI 기술과 엔터프라이즈 혁신, 마케팅, 투자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AI가 만들어갈 새로운 산업과 일의 변화를 조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