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Block, Inc.)의 비트코인(BTC) 자기보관 지갑 비트키(Bitkey)가 앱이나 회사 서버 없이 자금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비상 출구 키트(Emergency Exit Kit)를 전면에 내세웠다.
비트키는 공식 지원 문서에서 이 기능을 블록과 비트키 앱이 더는 이용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쓰는 제한적 도구라고 밝혔다. 잃어버린 키를 되살리는 복구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보유한 앱 키와 하드웨어 키로 거래를 서명해 BTC를 이동하는 구조다.
비트키의 기본 설계는 2-of-3 멀티시그다. 휴대전화 앱, 하드웨어 기기, 비트키 서버에 각각 키가 나뉘고 거래에는 세 키 중 두 개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앱 키와 하드웨어 키를 갖고 있으면 서버 키나 앱 가용성에 기대지 않고 BTC를 옮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멀티시그는 하나의 개인키가 아니라 여러 키의 조합으로 거래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통상 단일 복구 문구를 잃으면 지갑 접근이 어려워지는 구조와 달리, 비트키는 키를 나눠 보관해 특정 구성요소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하는 쪽에 설계를 맞췄다.
비상 출구 키트는 지갑 설정 때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후 딜레이 앤드 노티파이(Delay + Notify) 복구로 새 키셋이 생기면 키트도 갱신된다. 키트는 PDF 형태로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저장된다.
실제 사용 조건은 간단하지 않다. 비트키 하드웨어, 안드로이드 NFC 기기, 깃허브(GitHub)에 공개된 독립 유틸리티가 필요하다. 이 유틸리티는 블록이나 비트키 서버에 연결하지 않는다.
이 기능의 초점은 수익화나 새 자산 추가가 아니다. 자기보관 지갑에서 회사 인프라가 멈추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한국 이용자에게도 핵심은 ‘복구 가능’과 ‘자금 이동 가능’을 구분하는 데 있다.
비트키는 시드 구문(seed phrase)을 쓰지 않는 대신 멀티시그와 클라우드 백업, 하드웨어 기기를 조합한다. 시드 구문은 일반 지갑에서 개인키 복구에 쓰이는 단어 묶음이지만, 분실이나 피싱 노출 때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비트키의 방식은 이 위험을 낮추려는 설계로 풀이된다.
비트키는 2025.10.0 앱 버전에서 기존 ‘비상 접근 키트(Emergency Access Kit)’ 이름을 비상 출구 키트로 바꿨다. 이름 변경 안내 문서는 두 기능이 같은 것이며, 목적을 더 정확히 드러내기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안 허브(Security Hub)에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비상 출구 키트 PDF의 백업 상태도 표시된다.
다만 iOS 환경에서는 실제 절차가 막힌다. 비트키 공식 지원 문서는 iOS에서 비상 출구 키트를 사용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아이폰으로 비트키를 쓰던 이용자도 아이클라우드에서 PDF를 꺼낼 수는 있지만, 절차는 NFC가 되는 안드로이드 단말에서 진행해야 한다.
사이드로드도 부담이다. 이용자는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독립 유틸리티를 설치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서 클라우드 PDF, 하드웨어 기기, 안드로이드 NFC 단말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부 검증에서도 쟁점은 남아 있다. 월렛스크루티니(WalletScrutiny)는 2026년형 비트키를 ‘nosource’로 분류하며, 공개된 소스만으로 펌웨어를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비트키 앱과 일부 소스 공개가 있더라도 보안 장치 전체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는 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트키는 앞서 모바일 복구 연락처와 상속 관계 연결 절차에서 신원 확인 결함이 확인된 바 있다. 개인키와 자산 피해로 이어졌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갑 서비스에서 복구와 비상 접근 절차가 보안 신뢰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비트키는 또 이용자 요구에 따라 코인 컨트롤 기능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 이번 비상 출구 키트 강조도 같은 흐름에 있다. 사용자가 맡긴 자산을 얼마나 세밀하게 통제하고, 비상 상황에서 어떤 경로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가 자기보관 지갑의 경쟁 요소로 올라섰다.
비상 출구 키트는 백업 문구를 대신하는 만능 장치가 아니다. 앱 키와 하드웨어 키를 모두 보유해야 작동한다. 클라우드 PDF, 하드웨어 기기, 안드로이드 NFC 환경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실제 비상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출구도 좁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