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스테이킹 상품의 비교 기준이 연간수익률(APR)에서 출금 권한과 자산 통제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ETH를 맡긴 뒤 누가 검증자를 운영하고, 누가 인출 권한을 갖는지가 상품 선택의 핵심 차이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imToken은 오데일리 기고문에서 비수탁형 ETH 스테이킹과 리도(Lido) 같은 유동성 스테이킹의 차이를 ‘출금 자격 증명’ 보유 주체로 설명했다. 글은 스테이킹 기준 수익률이 3% 아래로 낮아진 상황에서 상품 간 장부상 수익률 차이보다 자금 통제 구조가 더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됐다고 짚었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는 검증자 키와 출금 키를 별도로 구분한다. 검증자 키는 블록 제안과 검증 작업에 쓰이는 온라인 권한이고, 출금 키는 스테이킹된 ETH와 보상 인출 권한에 연결되는 자금 통제 권한이다.
직접 검증자로 참여하려면 통상 32 ETH가 필요하다. 이용자가 노드 운영을 외부 사업자에게 맡기더라도 비수탁 구조라면 사업자는 검증 작업에 필요한 서명 키를 관리하고, 이용자는 출금 관련 권한을 보유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사업자의 장애나 운영 실패는 보상 감소나 슬래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사업자가 원금을 임의로 가져가는 구조와는 구분된다. 비수탁형이라는 말이 서비스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며, 위험의 중심이 자금 탈취보다 검증자 운영 품질에 있다는 의미다.
EIP-7002는 이 구분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이더리움 개선제안 문서는 실행 레이어의 0x01 출금 자격 증명으로 검증자 종료와 일부 인출을 촉발할 수 있는 장치를 설명한다. 검증자 서명 키를 가진 운영자와 출금 권한 보유자가 다른 경우, 자금 소유자가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 종료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이 구조에서 지갑은 스테이킹 자산의 소유자가 아니라 이용자가 권한을 관리하는 창구에 가깝다. 지갑은 예치 실행, 주소 관리, 서명, 검증자 상태와 보상 확인을 돕지만, 비수탁 설계가 유지된다면 지갑 서비스가 곧바로 이용자의 출금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프로토콜도 별도 역할을 한다. ETH가 검증자에 예치되면 일반 지갑 잔액처럼 자유롭게 송금할 수 없고, 활성화와 종료, 대기열, 페널티, 최종 인출은 프로토콜 규칙을 따른다. 자료는 펙트라(Pectra) 이후 0x02 복리형 검증자가 유효 잔액 상한을 기존 32 ETH에서 최대 2048 ETH까지 높일 수 있지만, 출금과 종료는 여전히 프로토콜 절차를 따른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스테이킹은 다른 구조를 제공한다. 리도 이용자는 ETH를 예치하고 stETH를 받는다. stETH는 이전하거나 디파이에서 활용할 수 있어 검증자에 묶인 유동성을 다시 쓰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대신 개별 이용자가 특정 검증자의 출금 자격 증명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는 아니다. 리도는 여러 이용자의 ETH를 모아 노드 운영자에게 배분하고, 기초 ETH의 출금 흐름은 프로토콜의 스마트계약, 오라클, 노드 운영자 등 여러 구성요소를 거친다.
리도 공식 문서는 stETH 인출 요청이 선입선출 대기열로 관리된다고 설명한다. 이용자가 인출을 요청하면 unstETH NFT가 발행되고, 요청이 최종화된 뒤 ETH를 청구할 수 있다. 이용자는 stETH가 나타내는 스테이킹 지분을 보유하지만, 특정 검증자 하나의 출금 자격 증명을 직접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수탁형 스테이킹과 유동성 스테이킹은 단순히 수익률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전자는 유동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검증자 단위의 출금 통제를 이용자 쪽에 가깝게 둔다. 후자는 낮은 진입장벽과 활용성을 제공하지만 인출은 프로토콜 절차와 대기열을 거친다.
이 차이는 국내 ETH 보유자에게도 중요하다. 본지는 앞서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이 4172만3003 ETH로 늘어 전체 공급량의 33%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스테이킹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는 단순 예치 수익률뿐 아니라 출금 권한, 대기열, 스마트계약 구조, 노드 운영 위험도 비교 항목으로 거론된다.
유동성 스테이킹은 소액 예치와 디파이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인출 대기열과 스마트계약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stETH 보유자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기초 ETH 인출 과정에서 프로토콜 절차를 거친다.
비수탁형 구조는 32 ETH 단위 검증자 참여와 출금 권한 관리 구조가 핵심 차이로 꼽힌다. 다만 유동성 제약과 검증자 운영 위험이 함께 남아 있어 자산 통제 방식만으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ETH 스테이킹 상품의 차이는 같은 예치 행위 안에서 권한이 어떻게 나뉘는지에 달려 있다. APR 숫자가 비슷해질수록 비교의 출발점은 ‘얼마를 받는가’보다 ‘누가 출금 권한을 갖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