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기술이 대중화되려면 기술적 우수성뿐 아니라 도입 과정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탈릭 부테린은 프라이버시 기술이 기존 제품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리움 공동창업자는 13~14일 열린 ‘ETH 타이베이 2026’ 행사에서 프라이버시 기술의 확산 조건을 설명했다. 체인뉴스(ABMedia)는 행사에서 나온 그의 발언을 전했다.
질문은 폭력 사건만 감지하고 일상적인 장면은 감시하지 않는 카메라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이 같은 설계는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실제 구매자가 개인정보 보호형 시스템을 선택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부테린은 첫 번째 조건으로 ‘성숙도’를 꼽았다. 정치인이나 대학 관리자가 프라이버시 기술을 선택할 때 기존 제품과 비교해 별도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라이버시 솔루션을 도입하는 일이 “그저 다른 공급업체와 계약하는 것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입 과정에서 별도의 평가 절차가 길어지거나 복잡한 사양을 이해해야 하면 의사결정자는 기존 시스템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 기준은 구매자에게 암호학을 이해하도록 요구하기보다 개발자가 기술의 복잡성을 제품 뒤로 숨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있어도 사용과 조달 과정이 더 어려우면 실제 채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부테린이 제시한 두 번째 조건은 프라이버시 기술의 ‘동맹’이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동맹을 갖고 있는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사례로 들었다. GDPR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제한하는 규범으로, 기업이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부테린은 프라이버시 기술을 지지하는 개발자뿐 아니라 규제와 법률을 다루는 기관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커뮤니티와 법·규제 기관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각국 정부가 기술 주권을 중시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민의 사생활 정보가 외국 기업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 기술은 개인정보를 전부 공개하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이나 사실 확인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영지식 증명처럼 원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특정 사실을 증명하는 암호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번 발언은 프라이버시 기술의 확산을 기술 개발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제품이 충분히 성숙해야 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주권을 중시하는 제도·기관과의 접점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다만 부테린의 발언은 정책 시행이나 시장 성과를 확정한 내용이 아니라 기술 도입을 위한 조건에 관한 의견이다. 행사에서 제시된 내용은 프라이버시 기술이 실제 구매와 채택으로 이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