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비트코인(BTC)을 국가 안보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엘리스(Michael Ellis) CIA 부국장은 최근 시장 분석가 앤서니 폼플리아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비트코인과 전체 암호화폐 산업은 이제 국가 경쟁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엘리스 부국장은 CIA가 법 집행 당국과 협력해 비트코인 관련 범죄를 추적하고 있으며, 대테러 및 해외정보 수집 활동에서 데이터 수집 수단의 일환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존재로 자리잡았으며, 특히 민감한 지정학적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대응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점점 더 많은 글로벌 기관이 암호화폐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긍정적인 흐름이며, 현재 행정부가 이를 발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추진하는 친(親) 암호화폐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 수립과 디지털 자산 관련 국가 전략에 대한 전담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익명 기반 지갑과 프라이버시 코인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될 자금세탁방지규정(AMLR)을 통해 모네로(XMR), 지캐시(ZEC)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의 사용을 금지하고, 익명 계정 생성 및 운영 역시 전면 차단할 계획이다.
유럽 암호화폐 이니셔티브(EUCI)가 배포한 AML 핸드북에 따르면, 개정안 제79조에서는 신용기관, 금융기관,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자(CASP)를 대상으로 익명 계좌 유지 및 프라이버시 암호화폐 처리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거래 단위의 익명성을 보장했던 암호화폐들의 구조적 기능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기술의 본래 정신인 탈중앙성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범죄 악용 우려를 해소하려는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기류는 향후 글로벌 시장의 암호화폐 정책 수립 방향성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