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실패 후 무차별 살인…서천 살인 첫 공판서 유족 "법정 최고형" 호소

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살해한 이지현의 첫 재판이 열렸다. 피해자 부친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13일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나상훈)에서 '서천 묻지마 살인' 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다. 증인석에 선 피해자의 아버지 이 모 씨는 깊은 슬픔과 분노를 토로하며 법정 최고형을 요청했다.

이씨는 사전에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사랑했던 딸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 얼굴, 그 손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죽어서라도 딸을 만나고 싶지만 남은 가족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며 울먹였다.

또 "가해자가 몇 년 후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그때 이 세상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지현은 지난 3월 2일 오후 충남 서천군 한 인도에서 처음 보는 40대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지현은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수천만 원의 손실을 입은 뒤 대출이 거부되자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사건 한 달 전부터 '다 죽이겠다'는 등의 메모를 남기고 흉기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범행 장소를 수차례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명백한 계획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지현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충남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이지현의 이름, 얼굴, 나이 등을 공개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향후 공판 절차를 신중히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