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퇴역군인의 정신 건강과 복지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비디오 게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비디오게임산업협회(ES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퇴역군인의 77%는 게임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86%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데 있어 게임이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ESA가 '군인 감사의 달'을 맞아 처음 실시한 대규모 조사 결과로, 미군 출신 게이머 1,096명과 일반 게이머 5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중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된 자료다. ESA의 대표인 스탠리 피에르-루이스(Stanley Pierre-Louis)는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 정신 건강과 사회적 연결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의 81%는 게임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답했으며, 74%는 게임 커뮤니티가 정신적·정서적 안녕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중 다수는 게임이 군 복무 시절 긴장을 풀고 사기를 높이며,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특히 퇴역군인 지원 비영리 단체인 스택 업(Stack Up)의 창립자 스티븐 마추가(Stephen Machuga)는 “나는 매일 비디오 게임이 퇴역군인과 현역 장병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보고 있다”며, 게임이 스트레스 완화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강조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37세 전후의 남성이며, 대학을 졸업한 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결혼해 자녀가 있는 가정 상황 속에서 평균 6년 간 군 복무를 마친 이들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콘솔(74%)을 통해 게임을 즐기며, 79%가 매주 타인과 함께 플레이하고 있었고,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슈팅(55%), 롤플레잉 및 MOBA(39%), 스포츠(31%), 액션 어드벤처(28%) 순이었다.
ESA는 이 조사 결과가 단순한 트렌드 분석 그 이상임을 강조했다. 피에르-루이스 대표는 “우리는 오랫동안 게임이 전통적인 오락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치유와 연결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아왔다”며 “이번 퇴역군인 대상 조사는 그런 믿음을 수치로 확인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조사 시점이 미국 정부 기관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퇴역군인 지원이 현실적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ESA는 이번 연구가 그런 사회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계획되었으며 오히려 퇴역군인을 기리는 시점에 맞춰 이들이 경험한 긍정적 영향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 단체 스택 업 역시 이번 조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조직은 2015년 설립 이후 6만 명 이상 미국 및 연합군 장병을 돕는 데 비디오 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택 업은 게임기 및 장비를 전 세계 군부대에 보내는 ‘서플라이 크레이트’ 프로그램과 자살 예방 활동, 커뮤니티 공간 제공 등을 통해 퇴역군인과 그 가족의 정서적 회복과 일상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게임이 단순 오락을 넘어 진정성 있는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번 부각됐다. ESA는 앞으로도 관련 논의를 확대할 계획이며, 오는 5월 열리는 ‘게임스비트 서밋 2025’ 행사에서 퇴역군인과 게임을 주제로 추가 세션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