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비트코인(BTC)을 매입하는 전략이 외형상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가가 급락할 경우 해당 전략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총괄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한 기업이 실제로 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시겔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일부 기업들이 ATM(시장가 자금조달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로 자본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지만,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근처에서 거래될 경우, 신규 발행된 주식이 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어떤 공기업도 보유한 비트코인의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서 장기간 거래된 사례는 없었지만, 세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 $SMLR)이 그 경계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믈러는 2024년 5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이후, 현재 보유량이 3,808 BTC에 이르며, 공기업 가운데 13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시세 기준(1BTC = 10만 6천 달러)으로 환산하면 약 4억 460만 달러(약 5,611억 원) 상당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비트코인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믈러의 주가는 오히려 45% 이상 급락해 처음 비트코인을 매입하던 시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또한 약 4억 3,470만 달러(약 6,036억 원)로 감소한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재무 전략과 관련 투자자 기대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는 상장기업들이 자산 가치 상승과 주가 상승이 반드시 병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공기업들이 디지털 자산을 매입할 때 단기 수익보다는 보다 장기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