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전문 운용사들이 온체인 자산관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디파이(DeFi) 생태계에서 활동 중인 이들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자금 규모는 올해 1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수준에서 6개월 만에 40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를 돌파했다.
리서치 플랫폼 아르테미스와 디파이 수익 플랫폼 볼트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Re7, 가운틀렛(Gauntlet),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Steakhouse Financial) 등 암호화폐 네이티브 자산운용사들이 자금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도구를 도입하면서 시장의 틀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정교한 자산 배분 모델을 도입하며 디파이 생태계에 제도권 투자자의 기준을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 인프라 프로토콜인 모르포(Morpho)는 현재 약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에 달하는 전문 운용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는 가운틀렛이 31%로 가장 높고,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27%), Re7(23%), MEV 캐피탈(15.4%)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전문화되면서 운용 전략의 경쟁력 및 혁신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기관투자자의 디파이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디파이가 이전에는 ‘무규제 영역’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더 유연하고 프로그래머블한 금융 인프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이율 기반 수익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 활용뿐 아니라, 디파이 기반 대출 및 차입 서비스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모르포, Aave, Euler 같은 플랫폼들은 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등 제도권 요건을 충족시키는 '허가형(permissioned)' 마켓을 도입하면서 기관 진입 장벽을 낮췄다.
보고서는 디파이가 더 이상 전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백엔드에서 ‘조용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인베이스, 페이팔 등 주요 핀테크 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디파이 프로토콜을 자체 플랫폼 뒤에 숨겨 사용자의 사용성을 높이고, 자본 활용 효율성 및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디파이 멀릿(DeFi mullet)’ 전략이다. 사용자에게는 익숙한 중앙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백엔드에서는 디파이의 유연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멘트: 디파이 시장이 규제와 제도권 요구에 맞춰 진화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네이티브 자산운용사가 그 중심에서 새로운 금융 질서를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 수익 모델이 기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핵심 채널로 떠오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