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2025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76% 급등하며 총 시가총액 2,249억 달러(약 312조 6,11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이러한 상승세에 탑승한 것은 아니다.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은 여전히 테더(USDT)와 서클의 USD코인(USDC)으로, 두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유통량의 93.5%를 차지한 반면, 전통 금융권에서 출시한 스테이블코인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코인게코가 발표한 '2025년 실물자산(RWA)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팔의 PYUSD와 소시에테제네랄이 발행한 유로 스테이블코인 EURCV는 충분한 브랜드 파워와 규제와의 정합성을 갖췄음에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실패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여전히 탈중앙화 프로젝트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전통 금융기관들이 이를 따라잡기엔 기술력과 유연성 측면에서 여러 제약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자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동기간 동안 67.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9억 달러(약 2조 6,410억 원)에 도달했다. 특히 금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Tether Gold(XAUT)와 PAX Gold(PAXG)가 해당 분야 시가총액의 84%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요의 증가는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실제 토큰 발행량이나 신규 사용자 유입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한편, 실물자산 토큰화(RWA) 분야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부문은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2025년 4월, 토큰화된 미 국채 규모는 전년 대비 544.8% 증가한 56억 달러(약 7조 7,840억 원)로 급등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촉매제가 된 것은 3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수입 관세 도입으로,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블랙록이 2024년 7월 출시한 'BUIDL 토큰'으로, 2025년 4월 기준 이 토큰만으로 전체 시장의 44%에 해당하는 25억 달러(약 3조 4,750억 원)를 점유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운데 이더리움이 여전히 주도권을 유지하며, 스텔라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사용자 수는 1만 1,000개 온체인 지갑을 넘지 않는 수준에 머물며, 아직 시장 확장 초기 단계임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기관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는 실사용과 시장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토큰화 자산이나 금 연동 토큰 등 대체 RWA 부문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속에 점차 그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규제 명확성이 확보될 경우, 더 많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