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이 ‘변동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실리콘앵글 주최로 열린 ‘Crypto Trailblazer NYC’ 행사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 AI 기반 금융 시스템 등 암호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이 집중 조명됐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이 교차하는 경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행사에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서 활동 중인 최고경영자(CEO) 및 창업자들이 대거 참석해 웹3 기술 확산과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응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얍라 캐피털(Abra Capital)의 최고경영자 빌 바르하트는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에이전트 경제’ 중심 화폐로 부상할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한 탈중앙화 금융의 무한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초기 단계 창업 투자에 집중하는 코인펀드(CoinFund)의 크리스토퍼 퍼킨스 CEO는 "암호화폐 산업은 현재 5조 달러에서 향후 10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퍼킨스는 AI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 결합해 글로벌 자본 흐름을 재설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온체인 전환은 향후 AI 기반 디지털 에이전트의 자산 운용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동 행사에 참여한 전통 금융기관 출신 전문가들도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다. ICE 벤처스는 스테이블코인을 신흥 에너지 시장과 연동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했으며,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은 기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도록 ‘규제 명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한편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투기 수단을 넘어 실물 경제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인사이트도 제시됐다. 10T 홀딩스의 댄 타피에로 대표는 향후 2년 이내 10개 이상의 블록체인 기반 기업이 나스닥 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것이라며, "공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기업들이 신뢰를 얻으면 세계 금융 시스템 근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자산의 보안성과 사용자 경험에 주력하는 하드웨어 기업 레저(Ledger)의 CEO 파스칼 고티에는 "암호화폐 지갑 기술은 향후 디지털 신원과 전자정부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드웨어 기반 솔루션이 AI 시대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사의 전반적인 흐름은 암호화폐가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간 송금, 마이크로 커뮤니티 결제, 소액 금융 서비스 등 실용적 영역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어, 향후 거시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번 행사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암호화폐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의 미래를 견인할 전략적 도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 보안, 기술 표준화라는 과제를 짊어진 채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는 이미 차세대 인터넷 경제의 기반을 하나씩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