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토큰화가 자본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이끄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함으로써, 자산의 유통, 평가, 조달 방식 전반에 걸쳐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 시장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주식을 디지털로 재구성하다…‘토큰화’의 구조
RWA 토큰화는 실물 자산의 소유권 또는 수익권을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 토큰은 일반적으로 이더리움의 ERC-20, ERC-1400 등의 표준을 기반으로 하며, 스마트 계약을 통해 배당 지급, 의결권 행사, 거래 이력 기록 등의 기능을 자동화한다. 오라클 시스템을 통해 실물 자산의 시세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며, 거래 투명성과 신뢰성 또한 크게 향상된다.
주식을 토큰화할 경우, 보유자의 권리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검증 가능성이 높아지고, 거래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배당과 의결권 등도 자동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거래 이력이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자산의 유통과 관리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로빈후드의 도전…24시간 거래 가능한 ‘주식 토큰’
RWA 토큰화의 상용화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로빈후드(Robinhood)가 있다. 로빈후드는 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 상장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 200여 종을 토큰화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투자자는 실물 주식을 로빈후드가 대신 구매한 뒤, 이를 1:1로 연동한 토큰 형태로 매수·매도할 수 있다. 현재는 주중 24시간(24/5) 거래가 가능하며, 조만간 주말까지 포함한 24/7 거래 체제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빠르고 안전한 거래 환경, 소수점 단위 매매, 실시간 유통 가능성 등에서 기존 주식 거래 방식 대비 여러 장점을 갖는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은 전통 증시 대비 차별화된 요소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이 토큰은 법적 소유권이나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배당 수령 여부도 스마트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로빈후드는 일부 토큰에 대해 자체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각 토큰의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므로 투자 전 약관 확인이 필수다. 실제로 로빈후드는 오픈AI, 스페이스X 등 비상장 기업 토큰을 제공한 바 있지만, 오픈AI 측은 “해당 토큰은 자사 지분과 무관하며 공식 협력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러한 사례는 토큰화 자산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이해와 규제 정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글로벌 실험…미러 토큰, 머니마켓 토큰의 확산
미국 핀테크 플랫폼 리퍼블릭(Republic)은 솔라나(Solana) 기반 ‘미러 토큰(Mirror Token)’을 통해 스페이스X, 앤트로픽, 에픽게임즈 등 비상장 기업의 성과에 연동되는 토큰 상품을 제공 중이다. 투자자는 실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지만, 해당 기업의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로빈후드와 마찬가지로 이 구조는 직접 소유권이 아닌 경제적 노출(economic exposure)을 중심으로 한다.
이러한 방식은 SPV(특수목적법인) 구조를 활용해 기업 지분에 간접 접근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주식 소유 방식과는 다르다. 로빈후드는 이를 위한 인프라 확장의 일환으로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을 개발해 거래 속도와 효율성도 강화하고 있다.
전통 금융의 진입…RWA 시장 본격화
전통 금융권도 RWA 토큰화에 속속 참여 중이다. 블랙록(BlackRock)은 이더리움 기반 머니마켓 토큰 ‘BUIDL’을 출시하고,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거래 및 수익 분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레드벨리 네트워크(Redbelly Network) 등은 사모펀드, 비상장 주식, 탄소배출권 등을 규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토큰화해 ATS(대체거래소)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CG는 RWA 토큰화 시장이 2030년까지 최대 16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분야의 기술력과 규제 체계의 조화를 주목하고 있다.
온체인 기반 평가 시스템…기업 분석 방식의 진화
주식 토큰화는 단순한 유통 효율성 제고를 넘어서, 기업 평가 방식 자체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블록체인 상에 배당 내역, 주요 주주 변동, 의결권 행사 등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됨에 따라, 기존의 공시 중심 분석 체계를 보완하고, 더 정밀하고 투명한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온체인 데이터는 ESG 평가, 신용 분석, 파생상품 설계 등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금융 데이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IPO의 대안으로
RWA 토큰화는 기업이 IPO(기업공개)를 거치지 않고도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비상장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 단위로 저비용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투자자는 분할 소유와 24시간 거래 기능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각국의 법적 지위는 아직 불확실하며, 자산 회계 기준과 규제 체계도 확립 단계에 있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기술과 제도의 접점…주식 토큰화의 미래
RWA 주식 토큰화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현 가능하며, 실제 상용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로빈후드, 블랙록, 리퍼블릭 등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의 도약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법제 정비 ▲보안 체계 강화 ▲데이터 표준화 등 해결 과제도 명확하다.
결국 RWA 토큰화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자산 유통·평가·조달 방식 전체를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식 토큰화’라는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