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시장에 또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급증한 언스테이킹(unstaking) 활동이 그 중심에 섰다.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최고 미래 전략가 브렛 윈튼(Brett Winton)은 최근 공유한 '대기열 시간(Queue Wait Time)' 차트를 통해 스테이킹을 철회하려는 사용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상황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 캐시 우드(Cathie Wood)는 로빈후드(Robinhood)의 인센티브와 디지털 자산 재무회사(DATs)로의 자금 이동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점은 로빈후드의 가상자산 이관 보너스 정책이다. 최근 로빈후드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로빈후드 지갑으로 이전한 사용자에게 2%의 추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 마케팅 전략은 기존 사용자들을 플랫폼으로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그 결과 일반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을 언스테이킹해 로빈후드로 이체하는 현상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번 상승세의 본질은 단기 이벤트를 넘어선 중장기 전략 변화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캐시 우드는 최근 기관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이 스테이킹된 ETH를 디지털 자산 재무회사(DATs)로 옮기는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Ts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처럼 암호화폐를 기업 재무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기업들로, 이들은 전통 증시에 상장돼 있으면서도 암호화폐에 기반한 재무 전략을 펼친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비트코인 60만 7,77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713억 5,000만 달러(약 99조 1,815억 원) 규모다. 공시된 모든 상장회사의 비트코인 보유량을 합치면 약 89만 7,086개로, 총가치는 1,050억 달러(약 145조 9,500억 원)를 상회한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을 DATs에 보관함으로써 암호화폐 직접 보유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피해가면서도, 관련 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전통 금융 자문가에게도 DATs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현재 규제 당국의 제약으로 인해 고객에게 직접적인 암호화폐 노출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DATs의 주식을 구매하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중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통 금융 기관들에 유효한 전략적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최근 이더리움 언스테이킹 붐은 단순한 보상 효과 차원을 넘어, 제도권 자본의 전략적 선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리테일 투자자부터 전통 금융기관까지, 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로빈후드와 DATs라는 새 경로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세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