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프로젝트 테라의 공동 설립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법정에서 기존 무죄 입장에서 유죄 인정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재판 전략의 중대한 전환으로, 향후 양형 과정과 정치적 대응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8월 11일(현지시간) 공지문을 통해 권 대표 측이 기존에 주장하던 무죄 입장을 번복하고 유죄 인정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다음날인 12일 오전, 이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협의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권 대표는 지난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이후 첫 기소인부 심리에서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권도형 대표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미국 검찰에 의해 증권사기, 통신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등 8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미국으로의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자금세탁 공모 등 추가 혐의가 더해졌다. 그가 받는 총 9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권 대표는 최대 1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유죄 인정 가능성은 재판 일정 및 대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래 권 대표 사건은 관련 심리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죄 인정을 선택할 경우 전체 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양형 협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노리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권 대표가 친 가상자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형량이 확정돼야 사면 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권도형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와 규제 체계 구축 흐름과 연결된 이슈로 본다. 테라USD와 루나의 붕괴는 2022년 가상자산 시장 급락의 기폭제가 되었고, 이후 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권 대표가 실제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할 경우, 미국 사법부의 가상자산 관련 첫 대형 사건 처벌 사례로 남게 된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규제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유사한 구조를 가진 프로젝트에 대한 당국의 감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