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파운더 권도형, 美 법원에 유죄 인정…범죄 수익 약 265억 원 몰수 예정
탈중앙화 금융(DeFi)을 표방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던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의 공동 창업자 권도형이 미국 법원에 유죄를 인정했다. 2022년 테라USD(UST)와 루나(LUNA)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수십조 원의 피해를 입힌 권도형은 최근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상품·증권·전신사기 공모 및 실행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약 265억 원(1,900만 달러)의 불법 수익을 몰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유죄 인정은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붕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테라 생태계 몰락의 법적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권도형이 테라 프로젝트를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시스템으로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줬지만, 실제로는 허위 정보와 조작된 수치로 수십 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고 지적했다. 권도형은 테라USD라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나 1달러와 가치가 고정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루나를 활용한 교환 메커니즘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 제출 문서와 추가 공소장에 따르면, 실상 테라폼랩스는 애초부터 여러 핵심 구조를 조작해왔다. 예를 들어, 테라 운영진은 한국 간편결제 플랫폼인 차이(Chai)가 루나 체인을 기반으로 결제를 처리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사용해 거래가 이뤄졌다. 또한 2020년 말 출시된 미러 프로토콜(Mirror Protocol)에서는 사용자가 미국 상장 주식을 모방한 자산을 매매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권도형 측이 이 가격을 거래 봇으로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법무부는 또 테라폼랩스가 2022년 초 설립한 루나재단(Luna Foundation Guard, LFG)이 투자자 보호용 독립 준비금(UST 페깅 유지 목적)을 갖춘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관리 권한은 권도형 측이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재단이 보유했던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자산도 그 투명성과 안정성을 믿게 하려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
테라폼랩스의 시가총액은 2022년 초 LUNA와 UST를 합쳐 약 5천억 달러(약 695조 원)를 넘어서며 절정을 찍었지만, 당시 광고된 안정성과 수익성은 대부분 허위로 밝혀졌다. 미국 당국은 이미 2021년부터 UST 페깅에 문제가 있다는 정황을 파악했으나, 권도형과 테라 측은 이를 계속 은폐했다. 결국 UST는 2022년 5월 완전히 붕괴됐고, 이에 따른 투자자 손실은 약 400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참고로 권도형은 2023년 3월, 유럽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도피 중 체포됐으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미국으로 송환됐다. 올 6월까지만 해도 권도형은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혐의를 인정하며 이례적 반전을 맞았다. 최종 선고는 오는 2025년 12월 11일, 뉴욕 연방법원의 폴 A. 엥겔메이어 판사에 의해 내려질 예정이다.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미국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은 “권도형은 암호화폐의 기술적 미래 가능성과 투자자들의 광기를 악용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기 중 하나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며, “이번 유죄 인정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