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결정을 또다시 연기했다. 해당 ETF는 스위스 기반 자산운용사인 21셰어스(21Shares)와 코인셰어스(CoinShares)가 각각 2024년 11월과 2025년 1월에 신청한 제품으로, SEC는 지난 2월 이들 안건을 공식 접수했지만 결정을 미룬 채 오는 10월로 판단을 연기했다. 이번 조치는 XRP ETF에 대한 명백한 반대보다는, SEC가 절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대 검토 기간 240일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규제 환경 내에서 ETF는 제도권 편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이에 시장은 아직 공식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높은 기대감을 보여왔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XRP ETF가 올해 4분기 안에 승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95%)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SEC 내부에서는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민주당 소속 캐롤라인 크랜쇼(Caroline Crenshaw) 위원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최종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시장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따르면 XRP ETF 승인 가능성은 현재 78%로, 지난 6월 최고치였던 98%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8월 초 최저점이었던 65%보다는 회복된 수준이다. 이는 승인 지연 소식이 단기적으로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 전망이 우세함을 시사한다.
ETF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블랙록(BlackRock)은 최근 XRP ETF 시장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업계에서 제기돼온 다양한 관측과 예상을 일축하는 결정으로, 현재로선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이 이 시장에 가장 근접한 주요 기관으로 남게 됐다. 블랙록의 선택은 보수적인 접근일 수 있다는 해석과 함께 이번 ETF 심사의 리스크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XRP의 시세는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인게코(CoinGecko) 기준으로 XRP는 현재 3.02달러(약 4,198원)에 거래 중이며, 최근 24시간 동안 3%, 주간 기준으로는 6%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3달러(약 4,17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며 시장 전반적인 조정의 영향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연이 당장의 매도세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추후 공식 발표 시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XRP ETF의 승인은 특히 제도권 수용에 대한 상징적 절차로 여겨져, 그 결과가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