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XRP) 간의 장기 법정 공방이 결국 막을 내렸다. 2020년 말부터 시작돼 4년 가까이 이어진 이 소송은 제2순회 항소법원이 양측의 항소 철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이번 판결은 양측이 지난달 공동으로 제출한 ‘항소 및 반항소’ 포기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당시 SEC는 리플의 프로그램 기반 XRP 판매가 증권에 해당된다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꿔 항소를 철회했고, 리플 역시 반소를 철회하며 사건 종료에 합의했다.
이번 판결로 리플은 미국 내에서의 규제 불확실성을 크게 덜어내게 됐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이전부터 SEC의 소송이 업계 전체를 위협한다고 비판해온 인물이며, 이번 결과는 암호화폐 기업들 사이에서 중요한 선례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반응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판결 전부터 시장에 널리 알려진 이슈였던 만큼, XRP 가격은 큰 반등 없이 24시간 기준 약 7% 상승한 상태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기조 전환 발표와 맞물리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산업 규제의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에서 SEC가 법원에서 완패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동일한 논리로 소송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비슷한 규제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참고해 법적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판결이 증권법 전반에 대한 해석을 마무리한 것은 아니며, 새로운 규제 또는 추가 입법이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법적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의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