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짜리 코인’으로 57억 끌어모은 사기단 검거…골프장 회원권도 사기

사실상 무가치한 가상화폐로 투자자를 속여 수십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피해자들은 해외 골프장 회원권을 미끼로 한 이들의 주장에 현혹돼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50대 A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GCV라는 이름의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129명에게서 총 57억 원을 모집했다. 이들이 사용한 GCV는 ‘골프카트빅토리아스(Golf Cart Victoria)’라는 명분 아래 개발된 밈 코인(meme coin)으로, 실질적 가치나 사업 기반 없이 유머나 상징성에 의존한 투기성 자산에 불과했다.

이들이 만든 GCV 코인은 단 2시간 만에 제작됐고, 이듬해 초 베트남의 군소 거래소에 형식적으로 상장됐다. 당시 상장가는 개당 약 1.4원(0.001달러)으로, 투자 가치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 등은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이 임박했으며, 상장 시 가격이 수십 배로 오를 것이라는 거짓 설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이와 함께 GCV 코인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해외 골프장 회원권을 준다고 유혹했다. 예컨대 2천만 원어치를 사면 필리핀, 5천만 원어치를 사면 일본 골프장 회원권을 준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설사 코인이 국내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회원권이 손해를 보전해 줄 것이라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공한다고 한 회원권은 실제 골프장과는 무관한 무허가 인쇄물에 불과했다. A씨 일당은 서울 용산에 사무실을 차리고, 수집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20여 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무료 코인 지급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내, 관심을 갖고 연락한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인 지갑에서 GCV를 매도하거나 현금화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경찰청은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이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분류하고 경기남부경찰청을 전담 수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후 1년 남짓의 수사 끝에 압수수색과 신원 추적으로 전원 검거에 성공했다.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국내 사업자명을 조작하고, 국내 거래소 자료와 수익률 자료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수법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적 미비와 투자자들의 파편화된 정보 접근을 악용한 전형적 조직형 사기다. 특히 ‘무료 지급(에어드롭)’, ‘고수익 보장’, ‘실물 보상’ 등으로 포장된 사기 유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은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 권유나 일방적 메시지에 현혹되지 않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상장 및 유통 경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이와 유사한 투자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