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구매만 하고 한 번도 판매하지 않은 지갑 주소들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온체인 데이터가 밝혀졌다. 이른바 ‘축적 주소(accumulator address)’로 불리는 이 지갑들은 장기 투자 성향을 강하게 나타내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크립토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지난 9월 5일 기준 비매도 지갑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26만 6,000개 이상에 달했다. 이는 현재 시세(1BTC ≒ 97,000달러(약 1억 3,483만 원)) 기준 약 25조 8,438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본 요건은 단순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비트코인을 최소 두 차례 이상 수신했으나, 역대 단 한 번도 송금(판매) 이력이 없는 지갑만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주소의 증가는 단기 매매보다 비트코인을 장기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이해하는 투자자층의 확대를 보여준다. 실제로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축적 지갑의 활동은 비트코인이 하나의 ‘디지털 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수수료 시장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 반감기 이후 NFT 프로젝트인 오디널스와 루운스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일부 블록에서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고 거래가 처리되는 상황이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체 블록의 약 15%가 비용 부담 없이 생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채굴자에 대한 보상이 줄어드는 동시에, 네트워크 보안 자체가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갤럭시 측은 “ETF 및 커스터디 플랫폼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고, 솔라나(SOL) 등 고속 레이어1 체인이 떠오르면서 비트코인이 실질적인 정산 기능이 없는 정산 레이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핵심은 비트코인의 방향 전환 가능성이다. 분석 플랫폼 비트코인 벡터(Bitcoin Vector)는 현재 BTC가 $112,000(약 1억 5,568만 원)부터 $121,000(약 1억 6,819만 원) 사이의 이전 가격 범위를 회복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구간에서 연일 종가가 $112,000을 넘는다면 상승 전환의 중대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113,600(약 1억 5,790만 원)과 $115,600(약 1억 6,068만 원)이 주요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해당 지점에서 횡보할 경우 향후 상승 랠리로의 전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요약하자면, 비트코인의 미래는 단기적인 기술적 돌파보다는 현재의 횡보 국면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