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다시 한 번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시험받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 하루 동안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서 무려 3억 6,317만 달러(약 5,048억 원)가 빠져나가며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은 약 11만 3,000달러(약 1억 5,707만 원) 선에서 근근이 지지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투자 심리는 눈에 띄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번 유출은 주요 ETF 발행사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반에크의 HODL ETF는 9,454만 달러(약 1,314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며 단일 종목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아크인베스트와 21쉐어스가 공동 운용하는 BITB에서는 5,230만 달러(약 727억 원), 피델리티의 FBTC는 7,268만 달러(약 1,010억 원),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는 2,465만 달러(약 343억 원)가 각각 빠져나갔다. 이날 기준 12개 주요 ETF 중 단 한 곳도 순유입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은, 전반적인 기관 매도 기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순유입 규모는 여전히 573억 5,000만 달러(약 79조 7,065억 원)에 달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관의 비트코인 노출이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 불안이 자금 유입 둔화로 이어지며, 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매수 흐름이 회복되지 않는 한 비트코인은 기존 지지선인 10만 5,000달러(약 1억 4,595만 원)를 시험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역시 혼재된 신호를 보인다. 최근 비트코인은 11만 1,900달러(약 1억 5,544만 원)까지 잠시 하락했으나, 200일 지수 이동평균선인 10만 5,000달러를 중심으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상대강도지수(RSI)는 현재 중립 구간에 위치하지만, ETF 추가 유출이 이어질 경우 하방 돌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규모 유출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광범위한 시장 청산과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기관의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나 규제 방향 역시 기관의 리스크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ETF 시장에 신뢰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난해 중반 이후 형성된 비트코인 강세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그들의 방향 전환은 시장 전체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유출이 다음 주까지 지속된다면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의 심리적 선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