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4982.9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직전 거래일 종가(4992.47달러)와 비슷한 수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주 50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한 뒤 12일 한때 4800달러 후반까지 밀렸다가 다시 5000달러선을 회복한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은 가격은 온스당 76.07달러로 전일 종가 76.62달러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최근 사흘간 이어진 반등 이후 되돌림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금과 은 모두 이번 주 들어 변동 폭이 눈에 띄게 커진 상태다.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 성격이 강해 각국 통화·채권에 대한 신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다. 반면 은은 귀금속이면서도 전기·전자, 태양광 등 산업 수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흐름에서 금은 5000달러 부근을 중심으로 방어적인 매수·매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은 70달러 중반에서 80달러 초반 사이의 넓은 박스를 오가는 등 가격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13일(현지시간) 462.62달러로 마감해 이달 들어 현물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등락을 반영했다. 12일 장중 448달러선까지 밀리며 거래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가, 13일 다시 460달러대 중반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가 매수와 차익 실현이 교차하는 투자 심리가 드러난다. 은 ETF인 i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는 같은 기간 60달러 후반에서 70달러대 초반으로 내려서며, 현물 은 가격 조정과 함께 투자자들이 가격 변동성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금·은 시장의 배경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미국의 금융 제재 강화 등 정치·지정학적 변수가 함께 거론된다. 중국 인민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려온 흐름, 러시아·중국·이란을 겨냥한 제재 강화로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을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은 가격 형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산 동결과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일부 신흥국과 중동 국가들이 금 보유 확대에 나선 점도 안전자산 수요 논의와 함께 시장에서 주목되는 흐름이다.
현물 가격과 ETF 가격은 방향성에서는 대체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괴리가 확대되기도 한다. 실물 금·은 시장은 각국 중앙은행, 주얼리·산업 수요 등 실수요가 기반을 이루는 반면, ETF는 주식시장 내 매매 수급과 위험 선호·회피 심리가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다. 최근 GLD·SLV의 거래량과 종가 흐름은 실물 가격 변동보다 다소 과장된 형태로 심리가 반영되는 모습으로 해석되며, 단기 자금 중심의 매매와 장기 분산투자 수요가 혼재된 시장 구조를 보여준다.
지금의 금 가격은 중앙은행 매입, 탈달러화 논의, 금융 제재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가 일정 부분 유지되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5000달러 안팎에서 이어지는 공방은 매수·매도 세력이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자들이 추가 재료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심리를 드러내는 신호로도 읽힌다. 은 시장에서는 산업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서, 동일 기간 금보다 폭이 큰 조정과 반등이 반복되는 등 변동성 중심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와 중동 국가들의 금 매입 가세, 일부 유럽 우방국의 금 자산 자국 이전 움직임, 한국은행의 낮은 금 보유 비중 등도 안전자산에 대한 각국의 접근 방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보호무역·관세 정책,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논의와 같은 정책 이슈는 글로벌 통화 체계와 자본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언급되며, 금·은 시장의 심리적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과 은은 금리와 환율, 각국 통화정책, 미국의 제재와 전쟁·지정학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단기적으로는 매크로 변수와 뉴스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선호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가격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유의하는 부분으로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