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며, 금과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반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상승장이 이미 끝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이러한 부진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유동성의 구조적인 흐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크립토퀀트는 새로운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들이 주춤하는 데에는 크게 네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감소된 스테이블코인 보유량,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 그리고 역사적 가격 사이클에 따른 흐름이 포함된다.
특히 연구진은 암호화폐가 전통자산에 비해 유동성 파이프라인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기관 자금이 먼저 주식이나 금과 같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유입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암호화폐에 본격적으로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XWIN 리서치 재팬은 블로그를 통해 "금리 인하 초기 국면에서 기관자금은 고유동성 자산에 먼저 몰린다"고 분석하며, "암호화폐, 특히 알트코인은 리스크 선호 심리가 전반적으로 확대돼야 뒤늦게 수혜를 입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서 인출하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시장 내 유동성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당분간 보수적으로 움직이며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을 유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암호화폐가 여전히 주류 자산군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강화시키고 있다. 금과 증시는 새 역사를 쓰는 와중에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비관보다는 역사적 패턴에 따른 조정 국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크립토 자산은 전통 리스크 자산이 충분히 상승한 후에야 본격적인 랠리를 보였던 사례가 과거에도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연준 정책 방향이 향후 시장 반등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