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초기 고래 투자자들이 전통 금융(TradFi)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때 자산 자가보관(self-custody)의 상징이었던 이들 일부가 최근 블랙록($BLK)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보유 물량을 이전하며, 전통 금융 시스템의 편의성을 선택한 모습이다. ETF 도입이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시장의 유서 깊은 자산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블랙록의 디지털 자산 책임자 로비 미치닉(Robbie Mitchnick)은 최근 "상당수 초기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보유한 현물 자산 일부를 ETF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 자문사나 사모은행과의 기존 관계 안에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편의성에 주목한 결과"라고 밝혔다. 블랙록이 지금까지 중개한 이러한 전환 규모는 3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ETF와 현물 보유는 그간 각기 다른 투자자 층을 겨냥해왔으나, 최근 온체인 데이터는 ETF의 성장이 자가보관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포착하고 있다. 유명 온체인 분석가 윌리 우(Willy Woo)는 자가보관 중인 비트코인 규모가 15년간의 상승 추세에서 처음으로 꺾였다며, 이는 ETF 도입 가속화와 시점이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정책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SEC는 ETF를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현물-현물 교환(in-kind creation and redemption)’을 허용하며 운용 구조를 간소화했다. 이로 인해 ETF 보유자들은 기존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암호화폐에 노출될 수 있게 됐고,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현재 순자산 규모 880억 달러(약 122조 3,200억 원)로 해당 시장 내 최대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비트코인의 철학적 기반이었던 ‘자가보관’과 ‘탈중앙화’에 대한 신념은 여전히 강하지만, 일부 초기 투자자들이 이제는 전통 금융의 울타리 안에서 자산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은 명백하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래 투자자들이 어떤 균형점을 모색해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