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 기반 탈중앙 거래소 메테오라(Meteora)의 공동 창업자인 벤저민 차우(Benjamin Chow)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름을 사칭한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또다시 소송에 휘말렸다. 최근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된 집단소송 수정안에 따르면, 차우를 포함한 피고 측은 유명 인사의 이미지를 내세워 총 15개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시세 조작과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에는 차우 외에도 메테오라와 켈시에어벤처스(Kelsier Ventures)의 운영진인 헤이든 데이비스(Hayden Davis)와 그 가족 구성원이 명시됐다. 이들은 미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밀레이 대통령의 이름을 동의 없이 차용해 ‘MELANIA’와 ‘LIBRA’ 등 밈코인 마케팅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유도했다고 주장받고 있다. 원고 측은 “대중적 인지도를 빌려온 것일 뿐, 멜라니아나 밀레이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명시했으며, 책임 소재는 전적으로 코인 제작자와 배포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설계한 사기 구조는 잘 짜인 공모 행위로 묘사된다. 기술 부문을 맡은 차우는 코드 지식과 유동성 조정 기술을 이용해 수급을 통제하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운 후 덤핑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한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차우의 지시에 따라 최소 15개 코인이 이 같은 방식으로 발행됐다는 사실이 디스코드 메시지를 통해 확인됐다. 콜라보 파트너인 데이비스 일가는 인플루언서를 고용하고 SNS 마케팅에 자금을 투입해 인위적인 수요층을 연출했다. 투자자가 몰리고 가격이 상승하면 내부자는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처분해 시장을 급락시키는 수법이다.

이 전략은 단일 코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정된 소장에 따르면, 차우는 ‘M3M3’ 토큰의 공급 95%를 내부자들로 구성해 대중에게 희소성을 강조했고, 이 패턴은 15개 코인 전체에 반복 적용됐다. 일례로 MELANIA와 LIBRA의 급등세 뒤 갑작스러운 폭락은 내부자의 일괄매도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 문건에 따르면, 2025년 2월 LIBRA 코인이 폭락한 뒤 메테오라는 켈시에어벤처스와 공개적으로 관계를 끊는 듯한 발표를 했으나, 이는 “퍼포먼스성 단절(ad hoc separation)”에 불과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차우는 그간 자신을 ‘자율 소프트웨어 개발자’일 뿐이라며 책임에서 거리를 두려 했으나, 메타데이터와 블록체인 주소 추적 기록에 따르면 MELANIA~LIBRA 간 자금 흐름과 내부인물의 연결이 명백하다고 블록체인 분석기업 ‘버블맵스(Bubblemaps)’는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를 종합한 버블맵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내부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초과하며, 이들은 모든 코인을 동일 공식으로 조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우는 2025년 2월 메테오라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밈코인 시장의 무분별한 확산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명인을 방패삼아 사기적 구조를 정당화하는 시도는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이번 사건은, 사기 수법이 얼마나 교묘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