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Circle)이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미국 시장 재진입을 노골화하는 가운데, 페이팔·스트라이프·클라르나 같은 핀테크 기업과 월가 금융사들까지 ‘법정화폐 연동 코인’ 출시를 예고하며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자산관리사 번스타인은 서클이 장기적으로 ‘카테고리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면으로 힘을 실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3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서클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기업”이라며 “규제 측면의 우위, 전략적 파트너십, 유동성 선점, 기술 스택이 결합된 ‘해자(moat)’가 경쟁사들이 복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서클 주가가 지난 1년간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며 목표주가를 19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 111달러 기준 약 71% 상승 여력을 본 셈이다. 원·달러 환율(1달러=1474원)을 적용하면 목표주가 190달러는 약 27만 9000원 수준이다.
번스타인이 주목한 핵심 근거는 USDC의 ‘역주행’이다.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도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 공급량은 꾸준히 늘었고,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크립토 내 결제수단’을 넘어 실제 금융 인프라로 확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번스타인은 서클이 인공지능(AI) 기반 결제 수요까지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봤다. 최근 공개한 ‘나노페이먼츠(nanopayments)’ 같은 초소액·고빈도 거래 인프라가 그 예다.
서클의 ‘큰 해’…상장·규제·성장까지 한 번에
서클은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가 진전되고, 상장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 성장’에 베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으로 부각되면서 수혜를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시장 자체가 급팽창했다. 디파이라마(DefiLlama)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4년 1월 1310억달러에서 현재 3140억달러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성장세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서클은 최근 공시에서 2025년 매출이 27억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2024년 대비 64%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매출 증가는 준비자산(reserve assets) 운용 수익이 견인했다. 서클의 최신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준비자산의 84% 이상이 ‘정부 보증 채무’ 성격의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번스타인이 더 주목한 대목은 거래(트랜잭션) 수익이다. 이 부문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해 가장 빠르게 커졌다. 서클은 성장 배경으로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등 ‘화제성 높은’ 애플리케이션에서 USDC 채택이 늘어난 점을 들었다. 제러미 알레어(Jeremy Allaire) 서클 CEO도 2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깊고 근본적으로 바뀌는 변혁의 초기 단계”라고 언급하며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번스타인의 베팅…USDC 성장과 ‘나노페이먼츠’의 의미
번스타인은 USDC가 비트코인(BTC) 가격 급락 국면에서도 성장한 점을 들어, 서클의 사업이 단순히 크립토 시장 심리에만 연동되지 않는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이 크립토 바깥 영역—기업 간 정산, 결제, 특정 서비스 내 정산 단위—으로 스며들수록 변동성이 큰 시장 사이클에서 상대적으로 ‘방어적’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AI 결제다. 번스타인은 서클이 ‘나노페이먼츠’로 AI 에이전트 간 초소액·고빈도 거래를 지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인프라는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x402 프로토콜 위에서 구축됐으며, 코인베이스는 서클의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번스타인은 다만 “아직 초기 단계”라며 과도한 기대는 경계했다. 현재는 카드 결제를 에이전트에 연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손쉽지만, 수백만 개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거래하는 환경이 오면 결제 레일(rail)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정도로 여지를 남겼다. “오늘의 낮은 거래량은 에이전트 워크플로 자체가 아직 초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테더의 미국 재도전…USAT로 ‘정면 승부’ 예고
경쟁이 느슨해지는 흐름은 아니다. 테더는 1840억달러 규모의 USDT를 앞세운 ‘업계 최강자’지만, 규제 환경 탓에 미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제약을 받아왔다. 최근 테더는 이를 뒤집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1월 테더는 미국 재진입을 목표로 달러 연동·연방 규제 기반 스테이블코인 ‘USAT’를 출시했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USDC로 우위를 점해온 서클을 겨냥한 카드로 해석된다.
다만 초기 성적표는 아직 제한적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행된 USAT 규모는 2000만달러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테더 측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USAT CEO 보 하인스(Bo Hines)는 최근 테더가 “아마도 가장 덜 ‘땀 흘리는’ 크립토 회사”라고 언급했다. 테더가 금, 토지, 최근에는 AI 기반 매트리스 회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자산 다변화를 강화한 점을 안정성 논리로 제시한 셈이다.
테더뿐 아니라 페이팔, 스트라이프, 클라르나 등 핀테크 대형사와 일부 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확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진입자도 늘어나는 구도다. 결국 서클이 번스타인의 전망처럼 ‘규제 우위’와 파트너십, USDC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방어와 확장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 시장 해석
- 테더(USDT)의 미국 재진입(USAT) + 핀테크(페이팔·스트라이프·클라르나) + 월가/은행권까지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예고하며 ‘법정화폐 연동 코인’ 경쟁이 전면전으로 확산
- 스테이블코인은 ‘크립토 내부 결제수단’에서 기업 정산·결제·서비스 내 결제단위 등 실물 금융 인프라로 역할이 확장되는 국면
- 시장 급성장(스테이블코인 시총 2024년 1월 1310억달러 → 현재 3140억달러+)으로 승자독식 가능성과 함께 신규 진입자도 동시 증가
💡 전략 포인트
- 번스타인 핵심 논리: 서클은 규제 우위 + 파트너십(코인베이스 등) + 유동성/네트워크 효과 + 기술 스택이 결합된 ‘해자(moat)’로 장기 승자 가능성
- 방어력 체크포인트: BTC 급락 등 변동성 구간에서도 USDC 공급이 증가 → 서클 매출이 ‘크립토 심리’만 따라가지 않을 가능성
- 성장 동력: 준비자산 운용 수익(준비자산 84%+가 정부 보증 채무 성격) + 거래(트랜잭션) 수익 급증(전년 대비 +112%)
- AI 결제는 옵션 가치: ‘나노페이먼츠’로 AI 에이전트 간 초소액·고빈도 결제 레일을 선점 시도(단, 아직 초기—거래량/워크플로 성숙도가 관건)
- 경쟁 리스크: 테더의 USAT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2000만달러 미만) 브랜드/자본/유통망을 감안하면 ‘시간 문제’로 경쟁 강도 상승 가능
📘 용어정리
- 스테이블코인: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결제·정산에 적합)
- USDC/USDT: 각각 서클/테더가 발행하는 대표 스테이블코인
- 준비자산(Reserve assets): 스테이블코인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유·운용하는 담보성 자산
- 트랜잭션 수익: 결제/전송/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처리 관련 매출
- 나노페이먼츠(Nanopayments): 초소액·고빈도 결제 인프라(기계-기계, AI 에이전트 결제 등에 활용)
- 결제 레일(Rail): 결제가 실제로 흐르는 네트워크/인프라(카드망, 은행망, 블록체인 등)
- 해자(Moat): 경쟁사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지속적 경쟁우위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서클(Circle)과 USDC는 무엇이며, 왜 ‘규제 우위’가 중요하나요?
서클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회사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 공시(투명성), 감독 체계가 신뢰의 핵심인데, 미국 규제 환경에서 이를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가 거래소·기관·기업 채택을 좌우합니다. 기사에서 번스타인이 말한 ‘규제 우위’는 USDC가 결제/정산 인프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채택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입니다.
Q.
‘나노페이먼츠’는 무엇이고,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쓰이나요?
나노페이먼츠는 초소액·고빈도 결제를 빠르고 싸게 처리하려는 구조로, 특히 AI 에이전트(자동화된 프로그램)끼리 API 호출, 데이터 사용료, 작업 단가 정산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계-기계 결제’에 적합하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만 기사처럼 아직 초기 단계여서, 향후 AI 에이전트 사용량과 결제량이 실제로 커지는지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Q.
테더의 USAT와 핀테크/은행의 진입은 USDC에 어떤 변수가 되나요?
테더는 USDT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이며, USAT는 미국 규제 준수형으로 ‘미국 시장에서 USDC와 정면 승부’를 의미합니다. 아직 발행 규모는 작지만 경쟁 강도를 높이는 신호입니다. 동시에 페이팔·스트라이프 등 유통/결제 채널을 가진 기업과 은행이 들어오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더 커지지만 선택지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서클 입장에서는 규제 신뢰, 파트너십(코인베이스 등), 유동성/네트워크 효과를 유지·확대하는지가 핵심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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