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부터 보자.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국내 음악 저작권의 전체 가치를 15조~22조 원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천문학적 자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은 소수의 기획사와 저작권 관리 단체가 쥐고 있고, 전 세계 수억 명의 K-팝 팬들에게는 닿지 않는 곳에 잠들어 있다. 세계 최초 음악 수익증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Web3·RWA(실물자산 토큰화) 진출을 선언한 본질적 의미는 바로 이 잠긴 자산을 글로벌 유동 자산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저작권료, 이미 '투자 등급' 현금흐름
뮤직카우의 RWA 전략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음악 저작권이 단순한 무형 자산이 아니라 검증된 현금흐름 자산이기 때문이다. 2024년 국내 음악 저작권료 징수액은 4,365억 원, 분배액은 4,2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으며, 2014년 1,200억 원대에서 10년 만에 3배 이상 확대됐다.
저작권료의 구조 자체가 RWA 토큰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2024년 전송(스트리밍) 사용료는 전체 징수액의 45.6%를 차지했으며, 스트리밍은 반복 재생을 전제로 안정적인 수익이 축적되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매월 예측 가능한 캐시플로우가 발생한다는 것은 금융 자산 설계의 기본 조건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이 구조의 잠재력은 이미 해외에서 증명됐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유명 아티스트의 저작권 카탈로그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며 음악 저작권을 장기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음악 저작권 투자 기업 힙노시스(Hipgnosis)는 배당형 저작권 투자 모델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뮤직카우가 구축하려는 것은 이 모델의 Web3 버전이다. 최소 투자 단위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24시간 글로벌 유동성을 붙이는 것이 핵심 차이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닫힌 시장을 여는 열쇠
전략의 가장 독창적인 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이다.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은 "앞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K-팝 관련 증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기대되며, 전 세계 팬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저작권 지분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 금융 플랫폼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인가. 글로벌 팬이 BTS나 블랙핑크의 저작권 지분을 매수하려 할 때, 현재 구조에서는 환전 수수료, 국내 증권 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 제한 등 복합적인 장벽에 막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레일로 기능하면 이 마찰 비용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 도쿄의 팬도, 상파울루의 팬도, 파리의 팬도 스마트폰 하나로 K-팝 저작권 지분을 즉시 매수하고 매월 저작권료를 수령하는 구조가 기술적으로 완성된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관들은 2026년 가상자산 시장의 최대 화두로 RWA 본격화를 꼽으며,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RWA가 동시에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뮤직카우가 해당 구조의 검증 단계를 이미 마쳤다는 점에서 시장 진입 속도에서 경쟁자 대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단일 토큰이 아닌 생태계를 짜야 한다"
업계는 성패가 단일 곡·아티스트 토큰화에 머물지 않고 생태계를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RWA 기반 콘텐츠 모델은 개별 프로젝트 단위 정산이 아니라 수익을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 저작권으로 시작해 K-드라마 OST, 웹툰 원작 IP, 캐릭터 라이선스까지 확장된다면, 뮤직카우의 플랫폼은 단순 음악 STO 서비스가 아닌 K-콘텐츠 IP의 글로벌 자본시장 접점으로 진화할 수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2026년 K-팝 관련 IP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캐릭터·웹툰·게임 등 IP 활용 분야의 확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15조 잠든 자산, 이제 움직인다
한국은 전 세계 음악 산업 규모 7위임에도 저작권료 순위는 10위권 밖이다. K-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도 그 성과가 저작권 수익으로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는 '디지털 정산 공백'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뮤직카우가 Web3와 RWA 기술로 해결하려는 문제는 결국 이것이다. 글로벌 K-팝 소비와 국내 저작권 수익 사이의 단절을 블록체인 기반 정산 구조로 봉합하는 것.
정현경 의장은 "기존 STO의 경험을 바탕으로 RWA와 토큰화 기술로 K-콘텐츠 저작권을 글로벌 Web3 시장에 본격 연결하겠다"며 "K-콘텐츠가 새로운 대세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15조~22조 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음악 저작권 시장. 이 자산이 RWA 토큰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뮤직카우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