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COIN)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최근 확산되는 ‘크립토에서 인공지능(AI)으로의 전환’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블록체인을 버리고 AI로 방향을 트는 것은 시장을 오해한 ‘제로섬 사고’라며, 두 기술은 경쟁이 아닌 결합 관계라고 강조했다.
“크립토냐 AI냐는 잘못된 질문”
암스트롱은 일요일 X(구 트위터)를 통해 “크립토 기업이라면 AI로 전환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는 세상을 잘못 이해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을 전기나 인터넷처럼 ‘범용 인프라’로 규정하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and’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최근 기업들이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방향을 수정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키워드만으로 기업 가치가 단기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 열풍’…과거 닷컴·블록체인과 닮은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AI 열풍: 반복되는 역사(AI Mania)’ 분석에서 현재 흐름이 2000년대 닷컴 버블, 2017년 블록체인 붐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명이 유행 기술 키워드를 포함할 경우 평균 50% 이상의 단기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는 데이터도 제시됐다.
이는 구조적 혁신보다는 ‘시장 기대’가 주도하는 현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암스트롱 역시 이러한 흐름을 경계하며 블록체인의 본질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시대…“결제는 결국 크립토”
암스트롱은 앞으로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인간보다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들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디지털 프로그램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며칠씩 송금을 기다릴 수 없다”며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코인베이스는 이러한 흐름을 ‘에이전틱 파이낸스(AiFi)’로 정의하고 관련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자체 프로토콜 ‘x402’, 베이스(Base) 블록체인, 그리고 서클 인터넷(Circle Internet)의 스테이블코인 USDC를 결합해 자동화된 결제 구조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지난 6월에는 AI 에이전트 계정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기업 고객이 해당 프로토콜을 통해 AI 결제를 수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속도는 준비됐지만, 신뢰는 아직”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적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io.net 최고경영자 토리 그린은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기계 속도로 움직이는 돈’이 필요하다”며 현재 금융 인프라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안과 신뢰 문제도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탈중앙화 프로젝트 네오소울 AI는 “검증되지 않은 코드에 자산 접근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며 “에이전트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평판’과 ‘기억’ 계층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크립토와 AI, 경쟁보다 결합의 문제
암스트롱의 발언은 단순한 산업 논쟁을 넘어, 향후 기술 패러다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AI와 블록체인은 각각의 역할이 다른 만큼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AI 전환’이라는 시장 유행이 계속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을 담당하는 크립토의 역할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