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체들이 실적 악화와 소비 변화에 밀려 희망퇴직, 비용 절감, 제품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전통 주류와 수입 위스키 수요가 약해지는 사이 무알코올·저도주·RTD 제품이 방어 축으로 떠올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Diageo Korea)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82억원에서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 151억원은 순손실 112억원으로 돌아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24년 초 자발적 조기퇴직 프로그램 이후 약 2년 만이다. 뉴스1은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운영 모델을 검토했으며 그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수입 위스키 업체의 부진은 디아지오코리아에 그치지 않았다. 페르노리카코리아(Pernod Ricard Korea)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151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71.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09억원에서 57억원으로 줄었다.
캄파리코리아(Campari Korea)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12억9000만원으로 전년 27억5000만원보다 53% 감소했다. 국산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3억원, 당기순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고, 실적 부진 여파로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았다.
대형 주류사도 전체 실적에서는 둔화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4% 줄었다. 회사는 2025년 11월 창립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다만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회사는 2분기 실적 자료에서 주류 부문 매출 1951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2%, 156.6% 증가했다.
RTD 제품군은 ‘순하리 진’을 중심으로 매출이 143.3% 늘었다. 롯데칠성은 별도 공지에서 2026년 상반기 ‘순하리 진’ 매출이 1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매출 162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RTD는 ‘Ready To Drink’의 약자로 병이나 캔을 열어 바로 마실 수 있는 완제품 음료를 뜻한다. 회식과 유흥 채널 중심의 음주가 줄고 가정용·가벼운 음주 수요가 늘면서 과실 탄산주와 하이볼형 제품이 빈자리를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무알코올 제품도 대응 카드로 부상했다. 오비맥주는 2026년 2분기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카스 제로(0.0)’를 앞세워 비알코올 맥주 시장 점유율 43.5%로 1위를 유지했다. 비어케이는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판매를 앞세워 영업이익 12억원, 순이익 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주류 출고량 감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국세통계포털 기준 2025년 주류 출고량은 298만7726㎘로 2024년 315만1371㎘보다 약 5% 줄었다. 2015년 381만㎘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4년 315만㎘로 감소했다.
주류업계에서 맥주와 위스키는 외식·유흥 채널, 소비심리, 제품 가격대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번 흐름도 개별 기업의 일회성 비용 문제보다 소비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2025 K-SUUL AWARD를 통해 국내 우수 주류 12종을 선정하고 해외 B2B 전시, 대기업·유통사 협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참가 부문에는 과실주·맥주류, 소주류, 위스키·하이볼·브랜디 등이 포함됐다. 내수 둔화 속에 수출과 제품 다변화를 지원하는 성격이다.
주류업계의 대응은 △고정비 축소 △무알코올·저도주 확대 △수출 다변화로 좁혀진다. 다만 무알코올과 RTD 성장세가 전체 주류 시장 부진을 상쇄하는 단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별 결산 기간과 기준도 달라 실적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