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의 비트코인(BTC)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IBIT)에서 현물 이전형 전환 누적 규모가 50억 달러(약 6조9150억원)를 넘어섰다. 기존 BTC 보유분을 ETF 지분으로 옮기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직접 보관과 ETF 보유 사이의 선택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IBIT의 현물 이전형 전환 누적액이 50억 달러를 넘었고, 블랙록이 최소 거래 규모를 2500만 달러(약 346억원)에서 100만 달러(약 14억원)로 낮췄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자가 BTC를 먼저 팔아 현금화한 뒤 ETF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BTC를 ETF 구조 안으로 넘기고 IBIT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신규 현금 유입과 다르다. 기존 BTC 보유자가 보유 형태를 직접 보관에서 ETF 지분으로 바꾸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 세제상 매도 거래가 아니면 과세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어, 자격 요건을 갖춘 보유자에게는 과세 이연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7월 29일 암호화폐 ETP의 현물 설정·환매를 허용했다. SEC는 당시 BTC와 이더리움(ETH) ETP도 기존 현금 방식 대신 실물 자산을 직접 주고받는 구조를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물 설정·환매는 ETF 시장에서 승인참가자(AP)가 펀드와 기초자산 또는 현금을 주고받으며 ETF 지분을 만들거나 없애는 절차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현물 ETF는 주로 현금 방식에 의존했지만, 제도 정비 이후 BTC 자체를 이용한 설정과 환매가 가능해졌다.
IBIT의 규모는 이미 대형 ETF 반열에 올라 있다. 블랙록 상품 페이지에 따르면, 2026년 8월 24일 기준 IBIT 순자산은 603억3757만6709달러(약 83조4499억원), 스폰서 수수료는 0.25%였다. 같은 날 주당 순자산가치(NAV)는 44.64달러, 30일 평균 거래량은 4954만7121주였다.
자금 흐름도 IBIT에 쏠렸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집계상 미국 현물 BTC ETF는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5거래일 동안 19억1780만 달러(약 2조6523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IBIT 순유입은 13억3080만 달러(약 1조8402억원)였다.
이는 비트코인 ETP가 대규모 유입액 대부분을 흡수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해당 순유입 수치와 현물 이전형 전환액은 회계상 의미가 다르다.
50억 달러 전환 누적액을 ETF 순유입으로 해석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순유입은 새 돈이 ETF로 들어온 규모를 뜻하지만, 현물 이전형 전환은 기존 BTC를 ETF 지분으로 바꾸는 거래다. 수요의 성격은 매수 확대보다 보유 방식 이동에 가깝다.
로비 미치닉(Robbie Mitchnick) 블랙록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자기보관보다 ETF 전환을 찾는 배경으로 납치, 해킹, 보관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직접 보관은 개인키와 지갑 관리가 필요하지만, ETF는 전통 금융 계좌 안에서 BTC 가격 노출을 제공한다.
비트와이즈도 같은 흐름에 있다. 비트와이즈는 현물 이전형 최소 거래 규모를 1억 달러(약 1383억원)에서 300만 달러(약 41억원)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운용사들이 BTC 직접 보유자를 ETF 구조로 끌어오는 문턱을 낮추는 셈이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변화는 ETF 구조를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 현물 BTC ETF의 직접 거래와 과세 체계가 투자자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지만, 보관 부담과 가격 노출을 분리해 보는 논의는 확대될 수 있다.
IBIT는 BTC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블랙록은 8월 24일 기준 IBIT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9.86%라고 밝혔다. 보관과 세제 구조가 달라져도 가격 변동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IBIT 현물 이전형 전환은 SEC의 현물 설정·환매 허용 이후 확대된 제도 활용 사례다. 현재 확인된 핵심 변화는 최소 거래 규모 인하와 누적 전환액 50억 달러 돌파이며, 신규 현금 유입과는 구분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