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망이 본격적인 여름철 폭염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미 중부에서 텍사스, 그레이트플레인스 지역까지 이어지는 고온 다습한 날씨가 겹치며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일부 지역은 공급 부족 우려까지 제기된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여름 신뢰성 평가’에 따르면, 올여름 미국의 전력 수요는 작년보다 약 10GW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증가폭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NERC는 대부분 지역에서 평시 기준으로는 수요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극심한 더위가 겹칠 경우 일부 전력망은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주리, 아칸소, 미시시피 일대를 포함한 미드콘티넨트 전력운영기관(MISO)은 4,200만 명 이상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고수요 혹은 발전 자원 부족 시 예비 전력이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해당 지역에서는 총 1.6GW 규모의 화력 발전 용량이 폐쇄됐고, 이에 따른 대체 자원으로는 태양광 발전처럼 성능이 유동적인 재생에너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뉴잉글랜드, 플로리다, 텍사스, 대평원 지역 등이 공급 불안 지역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전력 피크 상황은 전력 관련 주식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복합적으로 미칠 수 있다. 제프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 대비 수요가 팽팽해질수록 유틸리티 기업과 발전 자회사들이 장기적으로는 설비 투자 확대와 수익 마진 증가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넥스트에라 에너지(NEE), 듀크 에너지(DUK) 등은 플로리다 내 전력 예비율 축소 여파로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진 텍사스 지역에선 주요 독립 발전사인 NRG 에너지(NRG)와 비스트라(VST)가 수혜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프리스는 이들 기업의 사업 구조상 일반 전력 유통사가 아닌 시장 가격 기반의 전력 판매를 진행하는 만큼 수익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텍사스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향후 전력 수요 확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공급 긴장 상태가 오히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전 사태나 전력 공급 지연이 발생할 경우, 유틸리티 기업이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프리스는 “신뢰성 문제는 항상 유틸리티 기업의 평판 리스크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하며, 고위험 지역 사업자는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속도, 산업 전력 수요 증가가 동시에 맞물린 가운데, 미국 내 전력 시장은 단순한 수급 게임을 넘어서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드러내는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