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중동발 긴장 완화에 따라 반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종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항공·크루즈 업체 주가가 연료비 부담 완화 기대에 동반 상승한 반면, 방위산업과 에너지주는 유가 하락 충격에 밀렸다.
현지시간 16일 정오 무렵,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S&P500, 나스닥 지수 모두 일제히 1%가량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유나이티드항공(UAL), 카니발(CCL) 등 항공 및 크루즈 대표 종목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최근 급등했던 유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비용 압력 우려가 크게 완화된 점이 주가에 강한 추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반면 엇갈린 효과를 맞은 그룹도 있다. 록히드마틴(LMT), 노스럽그루먼(NOC) 등 방산주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며 방어적 투자 매력이 줄어들었고, APA를 포함한 주요 석유기업 역시 유가 급락에 따라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기술주는 일부 종목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AMD(AMD)는 파이퍼샌들러가 주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S&P500 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서버용 신제품 '헬리오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또 하나의 화제가 된 종목은 디시네트워크의 모회사 에코스타(SATS)였다. 위성통신 스펙트럼과 관련된 규제 리스크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주가가 급등했다. 구체적인 개입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치적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MGM리조트(MGM) 또한 베팅 플랫폼 '벳MGM'의 실적 전망 개선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으며, 라스베이거스샌즈(LVS), 윈리조트(WYNN) 등 경쟁 카지노 업체들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한편, 바이오 기업 사렙타 테라퓨틱스(SRPT)는 근디스트로피 치료제 엘레비디스가 투여된 환자의 부작용이 원인으로 숨진 사례가 두 번째로 보고되면서 큰폭의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생명과학주 특성상 임상 안전성 이슈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과 통화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보합세를 보였고, 미국 달러는 유로와 파운드화에 비해 약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는 오름세를 지속했다.
결과적으로 지정학적 충돌이 완전한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시장을 다시 상승 궤도로 올려놓았다. 다만 에너지와 방산 섹터의 약세는 이러한 회복의 이면에 놓인 리스크 요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