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 수준의 관세를 예고했지만, 정작 한국과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관세 적용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들에는 제외될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안도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투자 행사에서 향후 반도체 수입품에 대해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해당 조치에서 제외된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내 제조 기반 확대를 유도하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 직후, 대만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주가는 7일 대만 증시에서 4.89%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대만 정부 고위 당국자가 TSMC 미국 공장이 관세에서 면제된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며, 전체 미국 투자 규모는 1천650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반도체 대기업들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2.2%, SK하이닉스는 1.26% 각각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받은 데다, 텍사스에 미국 반도체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상승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면,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도쿄일렉트론 디바이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어드반테스트 등은 각각 약 3% 안팎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가 무역 상대국 간 경쟁 구도를 크게 바꿔 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관세 예고는 단기적으로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있는 기업에는 오히려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향후 관세 시행 여부와 구체적 대상이 확정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한층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