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과 인공지능 기술 확산 속에서 에너지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이를 조망할 수 있는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8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이번 박람회는 오는 29일까지 사흘간 개최되며, 세계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혁신 기술과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올해 박람회의 주제는 ‘AI를 위한 에너지, 에너지를 위한 AI’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AI 관련 인프라가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면서, 관련 기술에 적합한 전력공급 방안을 찾고 반대로 AI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상호 보완적 아이디어들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중적 역할을 지닌 AI와 에너지 기술을 박람회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은행(WB)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에너지 슈퍼위크’ 중핵 행사로, 총 540여 개의 국내외 기업이 최첨단 기술과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엔비디아 등 디지털 강자들은 물론, 독일 RWE,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미국 블룸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대표 기업들도 참가해 기술 시연에 나섰다. 삼성전자, 현대차,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차별화된 신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정부의 차세대 에너지 정책으로 제시된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도 주목을 끌었다.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기자재 기업들은 서해안 초고압 직류송전(HVDC) 사업 계획과 함께, 육상 및 해상망을 아우르는 미래형 전력 인프라 모델을 제시했다. 풍력,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기술도 대거 전시됐으며,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 캠페인) 실현을 위한 솔루션도 함께 소개됐다.
행사에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개회사에서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공급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며, 한국은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히며, 열린 협력을 통한 국제 공조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박람회엔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과 WB 부총재 등 국제기구 주요 인사와 함께, 32개국 정부 관계자 및 24개국 주한 대사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박람회는 단순 전시행사에 그치지 않고, 총 12개의 관련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업계 리더 100여명이 연사 및 패널로 나서는 토론 무대를 마련했다. 또한, 채용 설명회, 수출 상담회, 드론쇼, AI 체험관까지 운영되며, 일반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병행된다. 디지털 브로슈어와 QR코드를 활용해 종이 사용을 줄이고, 산림 탄소 상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박람회 운영 자체도 탄소중립에 부합하도록 구성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AI와 에너지를 둘러싼 산업 구조 재편이 기업과 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특히 기술 기반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체계 구축은 전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